바야흐로 선거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선거의 규모나 중요성으로 따지자면 단연 대통령선거가 가장 앞자리에 놓여야겠지만 대중음악판 입장에서는 역시 지방선거가 가장 중요한 선거라 할 수 있다.
지방선거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방선거에 쓰이는 ‘선거 로고송’ 때문이다. 솔직히 로고송 때문에 선거의 승패가 갈리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선거시즌만 되면 여·야 가릴 것 없이 음원사용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노래 듣고 찍어주는 사람들이 적잖은 모양이다.
그래서 선거 때면 로고송을 전문적으로 제작, 판매하는 업자도 있다. 이들은 저작권 사용허가를 받고 노래를 개사하고, 가수들을 물색해 녹음을 해서 데모CD를 만들어 각 후보의 캠프에 파는 것이다.
일전에 본 한 업자는 거의 20곡 가까이 로고송을 만들어 가지고 있기도 했다. 판매업자가 말하길 ‘로고송 판매에도 상도가 있어 같은 지역구의 후보들에게 같은 곡을 팔지는 않는다’고 한다.
개조한 트럭에 간단한 음향장비를 싣고, 사람들이 익히 알 만한 노래를 개사해 틀어놓고 다니면 아무래도 민숭민숭하게 썬캡 눌러쓰고, “기호 몇 번”을 외쳐대는 선거운동원들보다야 훨씬 효과적으로 보인다.
그렇게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후보들에게 로고송은 꼭 필요한 홍보수단인 셈이다. 지난 선거 때 로고송들을 기억해보면 로고송은 응원가와 비슷한 것 같다. 익숙하고, 간단하며,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들을 선호한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 때는 단연 ‘오필승코리아’였다. 물론 오필승코리아는 정치적인 목적이나 특정후보만을 위한 노래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자들이 허가해 주지 않았다. 때문에 실제 선거판에서는 사용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 모 후보가 윤도현이 부른 오필승코리아를 저작권도 인접권도 무시한 채 배짱 좋게 사용하다가 딱 걸린 적이 있었다. 선거도 좋고 로고송도 좋지만, 불법적인 무단사용에 대해 항의하자 그게 문제가 되는지도 모르는 담당자에 어이없었고, 나중에야 상황을 알고 사과하는 모습에서 어떻게든 당선만 되면 된다는 심보를 엿본 것 같아 영 씁쓸했다. 여러 후보님들, 이번에는 제대로 허가받고 만든 ‘정품 로고송’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공연기획자> tak051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