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로 ‘극적 생환’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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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 17일 만에 구조돼 유명세 탄 미국 부부 알고 보니 마약협의 지명수배자

앨버트의 의붓아들인 스티버스가 어머니인 베키와 딸에게 달려가 감격의 포옹을 하고 있다.

앨버트의 의붓아들인 스티버스가 어머니인 베키와 딸에게 달려가 감격의 포옹을 하고 있다.

앨버트 히긴보담 일가의 재난은 오리건주 해안가로 여행하던 중 해발 3800피트(약 1140m) 산중에서 약 4피트(1.2m)까지 쌓인 눈에 캠핑차(RV)가 갇히면서 시작되었다. 식량과 연료는 점차 바닥이 났고 RV안에서 수색구조가 중단됐다는 뉴스를 접했다. 일행인 의붓아들 부부가 직접 구조요청을 떠났고, 무사히 구조대와 함께 왔을 때는 히긴보담과 그의 가족은 위기상황을 훌륭히 극복한 자랑스러운 미국인이 돼 있었다.

행선지 안 알리고 이동 중 다시 체포

이상은 지난 3월 21일 전미에 큰 화제가 되었던, 폭설로 갇힌 RV에서 지내다 17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오리건주 일가족 6명 이 이야기다. 노령인 히긴보담은 애리조나주에 살면서 익힌 사막 생존법으로 조난사태를 침착하고 즐거운 태도로 극복, 같이 갇혀 있던 손자·손녀들은 정작 무슨 일이 일었났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을 보냈다 해서 다정한 할아버지의 이미지를 남겼다.

베키 하긴보담(왼쪽)과 앨버트 하긴보담.

베키 하긴보담(왼쪽)과 앨버트 하긴보담.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들의 갑작스러운 유명세는 앨버트와 그의 아내 베키 히긴보담이 애리조나주 경찰이 찾고 있던 마약 수사 용의자로 밝혀져 꼴사나운 신세가 되었다. 애리조나주 스노플레이크 법원에 따르면 TV에서 구조 보도를 접한 애리조나주 경찰은 이들 부부가 필로폰과 불법무기 소지 관련 혐의의 지명수배자임을 발견했다. 결국 구조된 지 하루 만에 이 부부에게 체포영장이 떨어졌고 경찰은 남부 오리건주 경찰당국에 이들을 구금해서 관할지인 애리조나주로 인도해달라고 요청했다. 히긴보담 부부는 오리건주 애쉴랜드에 사는 베키의 전 남편 자식인 피터 스티버스와 그의 가족들을 방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히긴보담은 ‘애쉴랜드 데일리 타이딩스’ 신문과 인터뷰하며 그들이 거주하던 애리조나주에서 마약소지 혐의로 작년에 체포된 적이 있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마약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주장하는 그는 “나는 불운하게도 잘못된 장소에 있었을 뿐이다”라고 호소했다. 자신들은 어떤 식으로도 마약거래는 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은 히긴보담은 “경찰에 마약거래를 한 자를 밝혔는데 지금에 와서야 우리를 마약 밀매자라 한다”며 항의했다.

당시 이들 부부는 친구집을 대신 봐 주고 있었고 이 곳을 불시 습격한 경찰이 마약매매에 필요한 도구와 필로폰, 엽총 소지 혐의를 두었다. 부부는 경찰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의사를 표해 풀려났지만 그 후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춰버렸다”는 것이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구조 후 영장 발부와 관련하여 애리조나주 경찰과 연락을 취해서 문제를 해결할 듯한 태도를 보이던 히긴보담 부부는 갑자기 다시 행방이 묘연해졌다. 가족들에겐 캘리포니아주에 간다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는데 실상 이들은 남쪽으로 가는 대신 북쪽의 워싱턴주 롱비치 근처 도로에서 발견돼 순순히 경찰에 붙잡혔다.

또 다시 체포된 히긴보담 부부의 미래를 두고 애리조나주 나바호 카운티의 보안관 게리 버틀러는 “보호관찰 중에 도주했기 때문에 감방에서 세월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미국 오리건주)/조민경 통신원 mcg99@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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