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국가광고 해외서 ‘방송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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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유치 위해 거금 들여 만든 홍보물에 비속어 사용으로 영미권서 거부감

문제의 소녀가 광고에 등장해 욕 섞인 말을 하는 장면.

문제의 소녀가 광고에 등장해 욕 섞인 말을 하는 장면.

관광대국 호주가 좀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올해 야심차게 1억8000만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해 새로 준비한 홍보 광고를 둘러싸고 세계적으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호주 관광청이 국가 홍보 광고에 ‘Bloody Hell’(‘젠장’ 내지 ‘염병할’ 정도로 해석)이란 비속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장면은 호주의 멋진 해변과 오지, 시드니 하버, 울룰루 등 유명한 자연 명소를 보여주면서 비키니 차림의 한 소녀가 등장해 “젠장, 어디 있는 거야?(So where the bloody hell are you)”라고 묻는 마지막 신이다.

일반 상품을 광고하는 것도 아닌 국가 홍보 광고에 영미인에게는 욕처럼 들릴 수 있는 ‘Bloody hell’을 사용한 것에 대해 일부 시민은 “너무 원색적”이라며 관광청을 비난했다. 물론 대다수 호주인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이라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체로 무난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다른 영미권 국가는 일제히 큰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늘 호주와 의견을 같이 하는 영국이 먼저 “비상식적인 속어를 사용한 호주 국가 홍보 광고를 영국 내 TV에선 상영할 수 없음”을 호주 정부에 정식으로 통보한 것. 호주 정부는 “영국인은 유머감각이 없다”며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하워드 호주 총리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새로운 호주 홍보 광고를 지지한다”며 문제의 문구에 대해서도 “가벼운 유머로 받아들이기 바란다”고 말했다.

방영금지 조치가 광고효과는 높여

호주 언론에서 문제의 욕을 게재해 실은 사진.

호주 언론에서 문제의 욕을 게재해 실은 사진.

호주의 일부 광고 전문가들은 영국 정부의 ‘방영금지 조치’에 대해 “오히려 홍보 효과로는 큰 도움이 됐다”며 반색하고 있다. 문제의 광고를 만든 호주 관광청 스콧 모리슨 대변인은 “방송 불가 판정이 난 후 많은 영국인이 호주 홍보 홈페이지에 들어와 그 광고를 보았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호주 정부는 광고 효과와는 별도로 프랜 베일리 관광장관을 급히 영국에 파견, TV 방영 금지를 해제하려고 노력했다. 영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광고에 등장하는 속어를 욕이 아닌 유머로 받아들이도록 설득했다. 그는 영국에서 이미 ‘bloody’란 단어가 방송에 사용됐으며, 호주 관광청이 영국에서 설문 조사한 결과 영국인에게도 큰 불쾌감을 주는 단어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호주 정부의 끈질긴 노력 덕분에 지난 3월 18일 영국 정부는 마침내 “호주 홍보 광고를 방송에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내렸다.

하지만 호주 정부의 기쁨도 잠시, 불똥이 다른 나라로 번졌다. 이번에는 캐나다가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 3월 22일 캐나다 방송공사 측이 “‘hell’이라는 단어가 가족이 함께 보는 프로들과 부활절 특집 프로에 방영되는 것이 부적합하다”며 방영 금지를 결정한 것이다.

캐다다 방송공사 루스 엘렌 소울즈는 “다른 일반 TV 프로에서는 호주 홍보 광고를 그대로 방영할 계획이지만, 시청자들이 불만을 나타내면 이들 프로그램에서도 방영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 캐나다에서 호주 홍보 광고가 계속 방영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예고했다.

호주 홍보 광고는 지난 2월 22일 뉴질랜드에서 처음 방영 된 이후 독일·한국·일본·중국에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비속어를 빼고 광고하는 것을 호주 정부는 현재 적극 고려하고 있는 중이다.

<시드니/김경옥 통신원 kelsy0312202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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