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성단체 양육비 책임 포기소송… “임신·출산에 남성 이해관계도 고려해야”

옛 여자친구가 그녀의 신체적 조건 때문에 가임이 안 된다고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맷 두베이.
미국의 한 남성권리운동단체가 원치 않은 임신의 경우 여성들이 훨씬 더 선택의 여지가 많다고 주장하면서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법 제정을 위한 캠페인을 벌여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의 단체인 ‘남성들을 위한 전국 센터(The National Center for Men)’는 1973년 미 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리를 최초로 인정한 판결을 남성의 경우에 비교하며 남성들을 위한 ‘로 대 웨이드’ 사건이란 명칭의 소송을 미시건주 미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 소송은 옛 여자친구가 작년에 낳은 딸의 생부로서 매달 500달러를 양육비로 지급하라는 법원 명령을 받은 한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대변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명령은 남성의 생식권에 대한 부재로 헌법이 보장하는 양성평등 보호조항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논쟁의 요점은 여성이 의도하지 않은 임신을 했을 경우 낙태 결정이나 입양 또는 육아에 대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같은 상황에 관련된 남성도 아버지로서 재정적 책임을 거절할 수 있는 선택권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 미국에서는 미혼부가 미혼모에게 아이가 18세가 될 때까지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거의 승산이 없는 소송이지만 패배하더라도 이번 사건이 미혼부의 권리를 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NCM의 생각이다.
“남성 생식권 부재는 양성평등 위배”

남성의 생식권을 주장하는 NCM 회원.
NCM 사무국장 멜 피트는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신체와 관련된 사항이라 이들에게 폭넓은 결정권이 주어지는 현실에 우리는 그 상대 남성의 인생에도 크게 영향을 끼치는 문제들에 대해서 이들의 이해관계도 반영하는 방법을 모색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NCM은 남성들의 원치 않은 자녀의 양육비와 관련된 법적소송을 추진해 왔는데 마침내 적격한 원고로 미시건주의 새거노에 거주하는 맷 두베이(25)를 발견했다. 두베이의 주장은 옛 여자친구는 그가 아이를 원치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으며 그녀의 신체적 조건 때문에 가임을 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장담했다는 것이다. 두베이는 “현실적으로 내가 이 소송에서 불공평하게 판결을 받을 것을 예상하지만 적어도 토론의 가치는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미국 주 법원들은 태어난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경제적 원조를 받을 수 있게 보장하는 사회적 이익이 두베이와 비슷한 처지의 남성들이 겪는 불평등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태도를 취해왔다. 두베이의 사례를 두고 연방법원도 전례를 따를 것이라고 예측하는 미시건 주립대학의 법학과 교수 멜라니 제이콥은 “양육비에 대한 책임을 사회에 떠맡기는 것 자체가 더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NCM 측은 무조건적으로 사회에 부담을 지우면서 아버지로서의 부양 의무를 거부하자는 것이 아니라고 변론했다. 이들은 당사자 모두가 원치 않는 임신이 되었을 경우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포기할 수 있는 일정 기간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법의 힘(Legal Momentum)’이라는 여권주장자 그룹은 NCM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들먹이며 두베이의 소송을 언급한 것에 대해 “여성의 프라버시 권리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간섭에 근거한 판결을 어디에 비교하느냐”고 반발했다.
<유진(미 오리건주)/조민경 통신원 mcg99@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