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살짝 봄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는 남해 바닷가에 가면, 파도가 조용히 상하로 움직이는 우묵한 바위 웅덩이 쪽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바위에 몸을 붙이고 겨우내 통통하게 몸집을 불려온 황갈색 톳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톳은 가을철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나서 그것으로도 매년 번식을 거듭하는 다년생 해초로, ‘자산어보’에는 토의채(土衣菜)로 기록되어 있다.
봄에서 초여름에 나는 것이 가장 연하고 맛이 좋은 톳은 예부터 데쳐서 나물로 먹었는데, 식량이 많이 부족했던 보릿고개엔 구황용으로 곡식을 조금 섞어서 톳밥을 지어 먹기도 했다. 하지만 톳은 일본 사람들이 아주 좋아해서 한때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되었으며, 일본에서는 톳의 중금속 해독 효과가 알려지면서 학생들 급식에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오르는 메뉴라고 한다.
톳이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특별히 좋은 이유는 철분, 칼슘, 요오드 등 무기질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철분은 체내의 영양흡수율이 겨우 10%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낮아서 항상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이므로 톳을 이용해 톳유부영양밥이나 톳멸치볶음 같은 음식을 만들면 훌륭한 건강식이 된다.
또한 톳은 ‘바다에서 건진 칼슘제’라 불릴 만큼 칼슘 함량도 높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칼슘 섭취량은 1일 권장량에 크게 못 미쳐 골다공증과 같은 질병이 늘고 있다는데, 톳 40g이면 하루 칼슘 필요량을 충족시킬 수 있다. 임산부가 먹으면 치아가 건강해지고 머리카락도 윤기 나고 태아의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비만 등 각종 성인병을 걱정해야 하는 성인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식품이다. 톳은 알칼리성 식품이면서 콜레스테롤과 지방 흡수를 억제해주므로 평소 즐겨 먹으면 피를 맑게 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일 수 있다. 변비로 고생하는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 톳에 들어 있는 점질물이 장의 유동작용을 활발히 해서 장내의 노폐물이 잘 배출되도록 하기 때문이다.
톳 특유의 풍미와 독특한 맛을 온전히 느끼려면 나물로 무쳐 먹는 것이 좋다. 이때 무침 양념을 무엇으로 쓰느냐에 따라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생톳을 팔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군 다음 무채와 함께 간장, 고춧가루, 파, 마늘, 참기름을 넣고 버무리면 깔끔한 맛이 난다. 비릿한 바다 내음을 좀더 강하게 느끼고 싶다면 무채를 빼고 멸치젓국을 밭아 생파래무침처럼 만들어본다. 간장 양념 대신 된장과 초고추장을 반씩 넣어 무쳐도 봄철 입맛을 돋우는 데 더없이 좋다. 술 마신 후 숙취로 고생할 때는 된장국에 톳을 넣어 끓이면 시원한 맛의 속풀이해장국으로 그만이다. 톳과 홍합을 잘게 썰어 부침으로 만들면 술안주로 손색이 없다.
[요리법] 톳두부무침 ■재료 ■요리법 |
조성태<한의사·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