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 개밥 원조계획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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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어린이 개 취급하는 꼴” 비난받아

기아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어린이.

기아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어린이.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냉동된 개밥 파우더를 주려는 뉴질랜드 여인이 호주에서도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케냐 구제 자선단체 회원이며 개 비스킷을 전문으로 만드는 마이티믹스사의 창업자인 크리스틴 두루몬드는 “올 3월 처음으로 케냐 빅토리아 호수에 위치한 루진가 섬에 사는 어린이들에게 개밥 파우더 6000여 개를 식량 지원 차원에서 주려 한다”고 최근 언론에 밝혔다.

약 42t에 이르는 개밥 파우더 전달 계획은 마이티믹스사가 운송비까지 전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현지 어린이 160명이 두 달 동안 기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양이다. 두루몬드에 따르면 개밥 파우더는 개에게는 물론 인간 몸에도 좋은 음식으로 냉동 건조된 쇠고기, 양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곡류는 물론 녹용도 포함돼 있다. 그녀는 케냐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친구인 루이스 멕길의 딸에게 현지의 기아 현황을 들은 후 이 계획을 생각해냈다.

영양학적으론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 개밥 파우더는 개의 체중을 늘리는 데에 널리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티믹스의 대변인인 게이너 시비터는 “다소 엽기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영양학적으로는 개밥 파우더가 쌀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자사제품 홍보 의도” 의심

하지만 이 계획이 알려지자 뉴질랜드는 물론 호주 언론까지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세계 빈민구제기구인 OXFAM 뉴질랜드 지부 회장 베리 코스티도 “마이티믹스의 개밥 파우더 전달 계획은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며 “윤리 문제를 접어 두고 뉴질랜드에서 케냐까지의 운송 거리를 고려할 때 보관 문제 때문에도 이 계획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진정으로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고 싶다면 그 지역 식품회사를 지원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현지 식품회사가 현지인의 체질에 맞으면서 영양도 풍부한 음식을 만들어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직접 전달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자선 방법”이라며 “마이티믹스가 광고 효과를 노리고 이번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케냐 정부도 “기아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완전히 개 취급한 것”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케냐 특별 프로그램 담당 장관 존 문에스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개밥 파우더의 반입을 적극적으로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개밥 파우더 전달 계획이 윤리 문제로 확대돼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되자 처음 이 계획을 착안한 두루몬드는 자신이 전달하려는 개밥 파우더가 인간에게 아무런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나 역시 매일 두 끼 식사를 개밥 파우더를 물에 섞어 먹는다”며 직접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만든 개밥을 먹는 장면까지 보였다. 하지만 진실(?)을 전달하려는 두루몬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양학자들은 그의 계획을 외면하고 있다.

이들은 “오래 굶주린 아프리카 아이들은 신체 면역 체계가 크게 떨어져 있어 새로운 음식에 적응하기가 힘들다”며 “개 음식을 인간에게 주려는 계획은 다소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시드니/김경옥 통신원 kelsy00312202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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