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한류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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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접속시간 강제제한 조치로 한국산 게임들 큰 타격

중국 베이징의 한 PC방에서 중국인들이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한 PC방에서 중국인들이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다.

중국이 온라인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내린 특단의 조치에 중국 네티즌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총서, 선전부, 문화부 등이 주축이 돼 2005년 8월 마련한 ‘온라인 게임 중독방지 시스템 개발표준’은 3시간을 초과해 접속한 사용자의 경험치는 절반으로, 5시간 넘게 접속할 경우 0으로 떨어지도록 하는 강제 규정이다. 이같은 개발표준은 10월 20일부터 중국 내 가장 큰 MMORPG(다중접속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11개에 시험적으로 적용됐다. 중국 정부는 늦어도 2006년 2월말까지 나머지 60여 개의 온라인 게임에도 시간제한 시스템을 적용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중국 네티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당국의 조치에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사용 중인 온라인 게임을 집단으로 탈퇴하는가 하면 ‘와우(WOW·World of Warcraft)’ 사용자 가운데 145명이 게임 속에서 ‘집단자살’을 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시간제한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배포하겠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내는 네티즌도 적지 않았다.

2006년 설연휴 기간에 중국의 온라인 게임은 전에 없이 한산했다. 접속자 수가 폭증하던 예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게임서버 수리’를 이유로 접속이 되지 않는 온라인 게임도 많았다.

중국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그 여파는 미국에도 영향을 끼쳤다. 시간제한 정책이 온라인 게임업체 수익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온라인 게임업체들의 주가가 대폭락한 것. 부랴부랴 중국업체들은 접속시간 중심의 수익모델을 아이템 판매 위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자국 소형 게임 개발업체들은 호황

그러나 대혼란 와중에 소형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MMORPG에서 갈 곳을 잃은 사용자들이 시간제한 울타리 밖에 있는 소형 온라인 게임 쪽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 이와 같은 대이동은 중국 게임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것이다. 한국산 MMORPG가 몰락하고 중국의 소형 온라인 게임이 부흥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 상태이다.

중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온라인 게임은 200여 개로 이 가운데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은 대부분 한국산 MMORPG다. 그동안 중국업체들은 한국게임의 위세에 눌려 겨우 연명하는 지경까지 내몰렸으나 이번 조치로 숨통이 트이게 된 셈이다.

일부에서는 이 조치가 한국산 게임을 고사시키기 위한 중국정부와 게임업계의 ‘연합공격’이라는 의혹도 제기한다. 시간제한 정책 아이디어를 중국 당국에 최초로 제안한 곳이 중국 최대의 온라인 게임업체인 ‘상하이 산다’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상하이 산다’는 정책 제안 한 달 전에 자사 MMORPG의 수익모델을 접속 시간에서 아이템 판매 중심으로 변경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중국 당국은 이번 정책이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그보다는 ‘자국 산업 끌어안기’가 근원적인 목표였음이 밝혀진 셈이다.

<베이징/천광 통신원 chocobi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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