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 년의 농부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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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 년의 농부

[새책]4천 년의 농부 외

중국, 한국, 일본을 둘러본 저자가 화학비료를 쓰는 서양과 달리 동양의 ‘인분퇴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해 쓴 책이다. 서양에서는 더럽다고 치부하며 멀리했던 인분을 동양에서는 퇴비로 쓴다. 이는 ‘땅에서 나는 것은 모두 땅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양 농업의 또 하나의 위대함은 ‘물을 가두는 기술’이다. 연간 강수량이 여름철에 집중되지만 오래 전부터 물을 가두는 기술을 터득했기에 동양 3국은 4000년 이상 농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F. H. 킹 지음, 곽민영 옮김, 들녘, 1만5000원]

그때 그곳에서

동양인 최초로 ‘내셔널 지오그래픽’ 편집장을 지내고 현재 상명대 석좌교수로 있는 저자가 사진과 맺은 50년 넘은 인연이 압축돼 실려 있다. 여기서 ‘그때’는 6·25전쟁 직후부터 1990년 초반까지이며 ‘그곳’은 남북한을 합친 한반도다. 1부에는 서울 인근의 풍경이 담겨 있고 2부에는 1973년 서방기자 신분으로 최초로 북한 취재길에 올라 찍었던 사진들이 실려 있으며 3부에는 남한의 옛 모습들이 복원돼 있다. 사진과 글마다 조국을 바라보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에드워드 김 글·사진, 바람구두, 1만9800원]

사이시옷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한 ‘인권만화 프로젝트’의 두 번째 산물이다. 비정규직, 동성애자, 장애인, 비혼모 등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고 인권을 유린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만화로 펼쳐진다.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인권문제가 얼마나 시급하고 절실한지 똑똑히 보여준다. 책의 제목에는 이 책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사이시옷’과 같은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한다.
[손문상 외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창비, 9500원]

역사의 사기꾼들

독일의 과학 전문작가인 저자는 마르코 폴로,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 당대는 물론 후대에까지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학자들의 오류와 착각, 비판의 결핍으로 일어난 사건 43가지를 소개한다. 학자들이 오류와 착각에 빠지는 이유를 저자는 학자들이 서둘러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자신의 깨달음이 오류거나 착각일지 모른다는 비판의 소리를 외면해버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황우석 박사의 사태를 겪은 우리 사회에도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하인리히 찬클 지음, 장혜경 옮김, 랜덤하우스중앙, 1만3000원]

세잔의 산을 찾아서

소설 ‘말벌들’ 희곡 ‘관객모독’으로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의 대표작가 페터 한트케가 세잔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저자는 화가 세잔이 진정한 예술가의 모범이자 자신의 예술적 스승이라고 평가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스승의 예술혼을 차근차근 더듬어가며 저자는 자신이 추구해야 할 문학의 길을 모색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발견하고자 한다. 세계적인 명성에 걸맞은 저자의 수려한 문체가 돋보인다.
[페터 한트케 지음, 이중수 옮김, 아트북스, 1만6000원]

빙하기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가 문제된 건 이미 오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심각하게 생각지 않는 것 같다. 영국의 과학저술가 부부인 저자들은 6000만 년이 흐르는 동안 있었던 지구의 큰 기후 변동에 대해 이야기한다. 빙하기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인류에게 다가올 것인지 지질학, 천문학, 해양학, 과학사 등을 언급하며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존 그리빈·메리 그리빈 지음, 김웅서 옮김, 사이언스북스,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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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이후 준비해야 할 것들
오늘을 생각한다
탄핵 이후 준비해야 할 것들
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