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집을 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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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산층마을 주택 ‘더 크게’ 열풍… 서로 경쟁으로 필요 이상 대형화 초래

미 웨스트 버지니아주 라우돈 카운티에 소재한 1만 4000스퀘어피트 크기의 맥맨션.

미 웨스트 버지니아주 라우돈 카운티에 소재한 1만 4000스퀘어피트 크기의 맥맨션.

남들이 하면 따라 하려는 중산층 때문에 미국의 집들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미 전역에서 이들로 인한 맥맨션(McMansion: 저택이지만 맥도널드 햄버거 체인처럼 주위에 편재한 데서 유래)이라 불리는 대형 주택 건설붐이 활발하다.

전미주택건설협회(NAHB)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평균 가족수가 약 3.6명으로 감소했지만 신규 주택의 크기는 50%나 증가했다. 또 15년 전만 해도 대형 주택 하면 약 5000스퀘어피트(1000sf=28.1평)였지만 지금은 1만 2000sf로 확대됐다.

부동산 시장의 활황과 저렴한 모기지론에 힘입어 중산층 동네의 자그만 집이 덩치가 큰 저택으로 바뀌고 있다. 메릴랜드, 버지니아, 텍사스, 캘리포니아 등 여러 도시에서 신축 주택 크기를 두고 규제파와 반대파로 나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고급 주택이 즐비한 메릴랜드주 체비체이스에 사는 팻 리치는 옆집을 포함해 8채의 집이 허물어지고 맥맨션이 들어서는 것을 지켜봤다. 그녀는 “부부만 사는 집이 태반인 동네인데 왜 넓은 공간이 필요한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그녀는 1960년에 1만 9500달러를 주고 산 집을 100만 달러에 팔라는 제의를 받고 있다. 이 지역의 한 부동산 개발업자는 거짓으로 “병든 어머니를 간호해야 하기 때문에 조그만 집이 필요하다”며 동정심 유발 작전을 동원해 집을 팔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체비체이스 지역에는 기존 도시 주거환경 보호를 이유로 임시 개발제한령까지 내려졌다. 투자를 목적으로 높은 가격에 낡은 집을 구입한 그레그 비츠는 이 조치로 타격을 받자 “개조할 여유가 없는 자들이 질투를 한다”고 반박했다. 비츠같이 규제 결정에 불만인 사람들이 상당수 있어 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된다.

임시 개발제한령 조치 지역도

전형적인 맥맨션 스타일 하우스.

전형적인 맥맨션 스타일 하우스.

텍사스주 빌리 브라운은 미국 의사당 크기의 대문과 베르사유 궁전 같은 마루로 장식된 집을 휴스턴 외곽에 지었다. 주거공간에는 당구장, 미디어 룸, 실내 수영장이 달려 있다. 그의 6살 난 딸의 방은 뉴욕의 웬만한 스튜디오 크기이다.

물론 크고 화려한 집 건축이 미국에서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과거 거부 밴드빌트가나 신문재벌 허스트가는 호화맨션을 지음으로써 부가 뭔지 확실히 과시했다. 지금은 ‘감옥’이라는 더 큰 집으로 주소가 바뀐 스콧 설리반 전 월드콤 회장의 플로리다 집은 3만 sf여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코넬대 경제학 교수인 로버트 프랭크는 “대형 평수의 집에 대한 수요 증가는 연소득이 10만 달러 이상인 부자 미국인이 급증한 데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고소득층 이웃이 낡은 집을 헐고 더 큰 집을 짓자 상대적으로 작아진 자신의 집을 의식해 이보다 더 큰 집을 지으려는 심리도 한몫 한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 유진(미국 오리건주)/조민경 통신원 mcg99@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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