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커먼웰스은행 지나친 복장규정 논란… 머리스타일·양말 색깔까지 요구

여직원의 속옷 규정까지 마련한 커먼웰스 은행.
살 색깔의 브래지어, 너무 빛나지 않고 다리가 가늘어 보이는 스타킹, 그리고 귀고리는 10㎝가 넘지 않아야 함.’ 호주 보수 가톨릭 여학교의 유니폼 규정이 아니다. 호주 여자 은행원의 복장 규정이다.
최근 호주 3대 메이저 은행 중 하나인 커먼웰스 은행이 일반 호주인이 보기에도 너무 까다로운 새로운 ‘직원 용모와 복장 규정 지침서’를 발간해 논란이 뜨겁다. 커먼웰스 은행측이 요구하는 직원 용모와 복장 규정에는 여직원의 복장 상태는 물론 머리 스타일, 심지어 속옷조차 은행측이 요구하는 것을 입도록 하고 있다.
커먼웰스 은행은 남자 은행원 용모와 복장 역시 까다롭게 규정해놓았다. 남자 행원은 유니폼 색깔에 맞는 양말을 항상 착용하도록 했다. 발 냄새가 나는 행원은 고객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전문가 치료까지 받아야 한다.
머리 스타일 역시 6주마다 단정하게 보이도록 이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코와 귀 속의 털이 밖으로 보이지 않도록 늘 손질도 해야 한다. 안경을 착용하는 남자 행원은 1년에 한 번씩은 새 것으로 바꾸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침서일 뿐 처벌은 없다”
커먼웰스 은행측은 이처럼 다소 지나친 복장 지침서를 발간하면서 행원들의 반발을 우려해 “이번 지침서가 바람직한 직원 용모에 대한 안내서일 뿐”이라며 “이 지침서에 부합하지 않은 직원에 대한 어떠한 처벌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토를 달았다.
하지만 행원들은 “은행측의 설명을 100%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커먼웰스 은행 노동조합 역시 “이번 복장 지침서가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전례를 볼 때 승진이나 임금 인상시 분명히 고려될 것”이라며 은행측의 지나친 복장 규정을 비난했다. 노조 비서관인 세론 케디는 “회사가 요구하는 복장 지침서를 그대로 따른다면 매년 수백 달러의 추가비용이 드는데 이 부분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까다로운 복장 규정을 마련하기 전에 추가비용 문제까지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다”고 비난했다.
커먼웰스 은행의 새로운 복장 지침서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대부분의 호주인은 “커먼웰스 은행의 까다로운 복장 규정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며 비난하고 있다. 호주에서 20여 년을 살며 현재 호주 내 다른 메이저 은행에 근무하는 한국교포 1.5세인 켈리 김(34) 역시 “대부분 호주 은행은 직원에게 까다로운 복장 규정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커먼웰스 은행의 복장 규정은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말했다. 일반 시민 역시 “오히려 너무 완벽한(?) 직원의 용모가 고객을 부담스럽게 할 수 있다”고 비꼬았다.
<시드니/김경옥 통신원 kelsy03122022@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