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도원도 개발 파괴에 ‘신음’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중국 세계문화유산 장자제, 관광도시에서 환경도시로 변신 꿈꿔

장자제 대표적인 관광지의 하나인 톈먼산 입구. 이곳은 28분 동안 타고 가는 케이블카가 최근 완공됐다.

장자제 대표적인 관광지의 하나인 톈먼산 입구. 이곳은 28분 동안 타고 가는 케이블카가 최근 완공됐다.

중국 후난(湖南)성 장자제(張家界)는 무릉도원(武陵桃源·동양에서 말하는 이상향)의 본고장이다. 물과 산, 바위가 어우러진 산수가 자랑거리다.

기자는 지난 12월 9일부터 12일까지 열린 ‘국제삼림보호절’ 행사 취재차 장자제를 찾았다. 장자제는 한국인이 즐겨찾는 중국 관광지의 하나다. 지난해 28만 여 명이 찾았으나 올해는 40여 만 명,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의 한국 관광객이 장자제를 찾은 셈이다. 장자제를 찾는 전체 외국관광객(110만 명)의 40%에 이른다. 후보쥔(胡伯俊) 장자제 시장은 9일 열린 기자회견 석상에서 한국 기자가 왔다는 사실을 반기면서 “한국에서는 노부모를 장자제로 효도관광 보내지 않으면 불효자라는 말이 있다는데 사실이냐”고 묻기도 했다.

장자제에서 묵었던 4성급 란톈(藍天)호텔에서도 한국인 관광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호텔 식당에서 만난 경기 하남에서 온 40대 주부는 대입 수능 시험을 마친 딸과 함께 73세 노모를 모시고 장자제를 찾았다고 말했다.

한국인에게 효도관광지로 각광

기자는 뛰어난 산세로 유명한 황산과 장자제를 비교하고 싶었다. 황산은 2번 찾았고 장자제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 곳 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이며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열은 가리기 어려웠다. 황산은 물이 없는 대신 다양한 산세가 뛰어나고, 장자제는 물과 바위, 산이 한데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또 황산은 산 정상에 오른 뒤 다양한 구경을 할 수 있는 반면에 장자제는 황스자이(黃石寨), 톈즈산(天子山), 황룽 동굴(黃龍洞), 톈먼산(天門山) 등 유명 관광지가 흩어져 있었다. 두루 둘러보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가는 곳마다 돈을 내고 케이블카를 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국제삼림보호절 행사를 주관하는 장자제 시 간부들을 만나면서 장자제가 변신을 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장자제는 환경 오염과 개발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물론 ‘선보호, 후개발’이라는 원칙은 세워놓았다. 2001년 주룽지 당시 총리가 현장을 시찰하면서 산 정상에 있는 무분별한 위락시설을 철거하라고 지시해 그동안 대다수 건물은 폐쇄한 상태다. 후보쥔 장자제 시장은 “장자제를 환경과 관광, 경제무역과 문화, 과학기술이 융합한 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관광 수입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지만 단순한 관광 상품 판매보다는 경제·무역과 과학기술을 결합시켜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관광도시에서 환경도시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120세에 57kg이나 나가는, 중국에서 가장 큰 와와어가 국제삼림보호절 행사장에서 전시되고 있다.

120세에 57kg이나 나가는, 중국에서 가장 큰 와와어가 국제삼림보호절 행사장에서 전시되고 있다.

특산물 물고기 ‘와와어’ 씨가 말라

장자제 어디를 가도 개발의 흔적을 감지할 수 있었다. 후난성 북서부 지역에서 제일 큰 종유 동굴로 동굴 길이가 7.6㎞에 이르는 황룽 동굴 어귀에는 대단위 위락시설 건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상점과 호텔 등이 입주할 2층짜리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장자제 도심에서 남쪽으로 자동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톈먼산은 7000m가 넘는 케이블카 공사가 최근 완공돼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톈진 닝파그룹이 개발 후 50년 동안 이용료를 받은 뒤 장자제시에 소유권을 넘긴다는 이곳은 현재 5억 위안(우리돈 약 600억 원)의 돈을 투입했고 앞으로도 5억 위안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톈먼산 케이블카 입구 부근에는 닝파그룹이 5성급 특급 호텔을 비롯해 관광지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많은 돈을 투입한 만큼 케이블카와 톈먼산 일대 관광 요금은 웬만한 농민들의 반년치 수입인 258위안(약 3만4000원)으로 적지 않게 비싼 값이었다.

장자제는 12월26일 후난성 출신의 마오쩌둥 (毛澤東) 주석 탄생 102주년을 맞아 후난성의 성도인 창사(長沙)와 장자제를 잇는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더욱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창사에서 6시간 이상 걸리던 길이 3시간반으로 당겨지기 때문이다. 장자제는 올해 1500만 명에 이르는 국내외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부득이 환경 파괴라는 대가를 이미 치르고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 이곳 특산물인 물고기 ‘와와어’이다. 네 발 달린 도룡뇽과 비슷하게 생긴 와와어는 물속에서 ‘와와’ 소리를 낸다고 해서 ‘와와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1970년대만 해도 일대 개울 어디서든 볼 수 있었다. 피부미용, 두뇌 개발, 빈혈 치료에 특효여서 동남아에 수출까지 했지만 지금은 고작 3만마리가 깍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 시냇물에 살 정도로 씨가 말랐다. 환경파괴의 대가인 셈이다. 1급수에만 살 수 있어 조금만 수질이 악화되면 사라지고 만다. 120년까지 사는 것은 보통이고 최고 300년까지도 살 수 있다.

장자제는 와와어 인공수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와와어 보급에 성공해 환경 보호에 성공했음을 국내외에 과시하기 위해서다. 장자제 와와어 인공양식센터에서 만난 어우둥성(歐東升) 연구원은 “1세대, 2세대 인공 양식에는 성공을 했다”며 “앞으로 5년 이후에는 3세대 양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은 2급 희귀동물로 지정되어 사거나 팔지 못하지만 3세대 인공양식이 성공하면 그때부터는 식용이나 판매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어우 연구원은 “와와어 보호를 위해 가장 힘든 문제는 환경 파괴로 수질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인들의 효도 관광지로 유명한 장자제는 소득증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관광지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도 생태계 보존이나 환경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은 결코 잊지 않고 있었다.

한국어 안내판 ‘유감’

[월드리포트]무릉도원도 개발 파괴에 ‘신음’

장자제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황룽 동굴을 보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자 물건 파는 행상들이 몰려들었다. ‘세개 천원’ 귀에 익은 한국말이 나왔다. 한국돈을 받는다는 것이다. 현재 장자제에는 한국 관광객들이 뿌린 우리나라 돈이 1억 원 이상인 것으로 현지 관계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후보쥔 장자제 시장은 “한국 관광객들에게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관광지 곳곳에 한국어 안내판이 있음을 자랑했다. 중국의 관광지에서 영어와 함께 한국어가 자리잡고 있는 것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곳곳에서 잘못된 한글 표기가 눈에 띈 것은 ‘옥에 티’였다. 기자가 묵었던 란톈 호텔에도 로비에 ‘대한민국 `하동국’ 정부 대표단 환영’이라는 환영 플래카드를 걸려 있었다. 장자제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하동군 대표를 환영한다는 것이 그만 ‘하동국’이라는 정체불명의 글자가 된 것이다. 호텔 객실내 샤워실에도 정체불명의 글자가 있었다. 톈먼산 케이블카 안내판에는 ‘케이블카’를 ‘화구’로 표기하고 있었다. 이처럼 잘못된 한글 표기가 많은 것은 제대로 한글을 아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컴퓨터로 한글을 적는 과정에서 잘못이 생겨났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전했다. 조선족 가이드가 1000명이나 있지만 한글 표기 잘못을 무심코 넘긴 것으로 보인다. 장자제 시관계자가 “해결책을 마련해보겠다”고 했으니 우리 관광객들에게 아쉬움을 자아내게 했던 한글 표기가 언제 제대로 바뀔지 두고볼 일이다.


<장자제/홍인표<베이징 특파원> iphong@kyunghyang.com>

월드리포트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