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7년 연속 3만명 이상 기록… 40~60대 남성 비율 가장 높아

일본은 세계에서 자살률이 제일 높은 나라다. 사진은 일본 영화 ‘자살 관광버스’ 의 한 장면.
일본 경찰청의 조사 결과 2004년 일본의 자살자는 3만2325명, 1998년부터 7년 연속으로 연간 3만 명대를 기록했다. 10만 명 중에 27명이 자살하고, 하루 80명 이상이 자살하는 셈이다. 최근 7년간을 합산하면 22만7000명이 넘는 사람이 자살한 셈이 된다. 그래서 일부에선 ‘전쟁보다 나쁜 평화’라는 말도 한다.
자살자를 직업별로 보면 무직이 절반을 차지하고, 세대별로는 40대에서 60대의 남성이 가장 많아 도산과 정리해고에 직면한 중장년층의 실태를 반영한다. 한편으론 젊은이들의 인터넷을 통한 집단 자살도 급증하고 있다. 이 역시 실업문제와 살아갈 목표를 잃어버린 젊은 세대들의 고뇌를 대변한다.
2002년 8월 요코하마에서 열린 제12회 세계정신의학회(WPA)의 통계에 의하면 이미 일본은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로 실질 자살률 세계 1위였다. 유서 등으로 자살 동기와 원인을 분석한 결과 건강문제가 가장 많았고 2위 이하로는 경제·생활 문제, 부채, 사업 부진 등이 있었다. 자살자가 연간 3만 명을 넘어선 1998년부터는 경제적 원인이 자살 동기로 급부상하였다. 고령화로 인한 고령자살자들도 급증했다. 노후대책과 더불어 간병에 지친 이들이 자살을 꾀하기 때문이다.
자살로 인한 손실비용 책으로 펴내
일본의 높은 자살률에 대해 WHO 정신보건부의 호세 벨트로테 박사는 “일본에서는 자살이 문화의 일부 같다”며 “직접적 원인은 과로나 실업, 도산, 이지메 등이지만 자살을 자신의 명예를 지키고 책임을 지는 등의 논리규범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자살대국이라는 불명예를 씻기 위해 뒤늦게나마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인터넷 집단 자살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여름 관·민이 연대해 ‘종합보안대책회의’에서 인터넷 상에서 발견하는 자살이나 살해 예고에 대해 인터넷 통신업계측이 경찰에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작성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한편 자살 예방 차원에서 자살에 드는 비용을 생각도록 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자살 비용’이란 책을 낸 아메미야 카린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자살에 드는 비용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니 자살 의지가 약해진 경우가 많아 책으로 펴내게 되었다고 한다. 자살한 집은 매물 가격이 30~50%가 떨어지고, 임대일 경우에는 유족들이 집주인에게 손해비용을 물어야 한다. 특히 전철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바람에 운영에 곤란을 겪던 JR측은 손실비용 외에도 자살 예방 차원에서 유족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사체를 치우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경찰의 현장검증으로 전철 재운영에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특히나 신칸센의 경우엔 승객들에게 택시비용을 주는 등 교통 대책이 필요해 유족들에게 1억4000만 엔의 손해배상이 청구된 예도 있다.
과거 오디션에서 100번 이상 떨어진 미국 여배우가 LA의 ‘HOLLYWOOD’ 간판에 목을 맸다. 사체가 발견된 날 여배우의 자택에는 그녀가 최후로 받은 오디션의 합격 통지서가 배달되었다고 한다. 여러 자살 대책 중에서도 자살하고픈 날은 일찍 잠드는 게 최고의 대책일 것이다.
<도쿄/이수지 통신원 buddy-suj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