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긍정적 영향력 확대 중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외환위기 이후 본격진출 한때 부정적 시선… 2000여 기업·한국인 27만5천명 고용 추산

산업자원부는 지난 5월 ‘외국인투자기업의 국민경제기여도 높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2003년 외국인투자기업의 매출액은 115조 원으로 국내 총매출액의 11.6%. 외국인투자기업의 고용된 직원은 27만5000명으로 추산되며 이는 국내 고용의 6.6%를 차지한다. 외국인투자기업은 어느덧 한국경제의 한 축이 됐다.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중 263개사가 한국에 투자하고 있다. 산자부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만6181개 외국인투자기업이 한국에 진출했다. 외국인투자기업은 외국계 기업과 개념이 약간 다르다. 외국인투자촉진법을 참고로 보면 경영참가를 전제로 외국인의 단일투자가 10% 이상 참여한 경우 외국인투자회사로 보고 있다. 이에 반해 ‘외국계 기업’이라는 것은 흔히 50% 이상의 주식지분으로 경영에 참가하는 외국인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외국계 기업’의 숫자는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고 있다. 다만 주한외국상공회의소에 가입된 회원사로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규모를 추산할 수 있다. 가장 많이 한국에 진출해 있는 기업은 미국계 회사이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에 가입된 기업은 1000여 개에 이른다.

미국 45% 유럽 35% 일본 15% 차지

미국계 기업에 이어 일본·유럽계 기업이 한국에 많이 진출해 있다. 서울재팬클럽에 가입된 회원사는 320개사, 한독상공회의소 가입 회원사는 300개사, 한불상공회의소 가입 회원사는 175개사, 주한영국상공회의소 가입 회원사는 140개사이다. 업계에서는 미국계 기업이 40∼45%, 유럽계가 30∼35%, 일본계가 15%, 일본을 제외한 홍콩·싱가포르·중국계가 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각국간 무역장벽이 점차 없어지면서 국적이 분명하지 않는 기업도 있다. 세계적인 담배회사인 JTI 같은 경우 엄밀하게 분류하자면 일본계라고 할 수 있지만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만큼 국적 분류가 모호하다. 특히 금융 쪽에서는 흔히 ‘헤지펀드’로 불리는 해외자본은 국적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외국계 기업은 국내에서 법인자격을 취득한 현지법인, 유사 업종의 한국회사와 합작해 설립한 합작기업, 단순히 사무소를 개설한 지점 형태의 회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해당 국가에 따라 경영스타일의 특징이 드러난다. 미국계 기업의 경우 혁신적인 부분이 많고 패러다임 전환이 빠르다. 최근 미국계 기업에서는 목표량이나 경영수치를 회계연도 기준이 아니라 반기에서 분기로 점점 좁혀 보는 경향이 있을 정도로 변화에 대한 대응이 빠르다는 특징이 있다. 기업의 역사가 오래된 동부권에 본사가 위치한 기업일수록 기업문화가 보수적이다. 목표량 달성에 성취도가 높은 직원에게 빠른 승진과 성과급 등의 프리미엄이 주어진다. 성과가 낮거나 비즈니스 실적이 저조한 경우 냉정하게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다.

한 여성이 빌딩내 외국계 기업의 안내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 여성이 빌딩내 외국계 기업의 안내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미국계 기업과는 달리 유럽계나 일본계는 고용이 안정된 편. 특히 일본계 기업은 종신고용처럼 안정적인 고용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 비해 승진이 국내 기업보다 느리고 연봉이 상대적으로 낮다. 미국계·유럽계 회사의 CEO 대부분이 현지인인 데 비해 일본계 회사는 일본인이 대부분 CEO를 맡고 있을 정도로 보수적이다. 흔히 일본계 기업의 직장문화는 국내 기업 중 시스템이 정교하게 갖춰진 회사의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유럽계 기업은 미국계 기업과 일본계 기업의 중간 정도로 보는 경향이 있다. 미국계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금 보수적이면서도 인간적인 면이 있다. 고용 쪽은 종신은 아니더라도 안정적이다. 헤드헌터 회사인 ‘프로핸즈’의 김성중 대표이사는 “미국계 기업과 비교해볼 때 개인에 대한 성과보상보다 부서에 대해 보상을 하는 편이어서 능력이 있는 직원의 경우 미국계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으로의 전직을 생각한다면 미국계 기업에서 국내 기업으로 전직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개인의 능력과 개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미국계 기업의 직장문화가 국내 기업과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계와 유럽계는 상대적으로 문화적 격차가 적다.

1960년대 이후 한국 진출 시작

최근 외국계 기업의 경우 CEO의 연령이 낮아지면서 30대 후반∼40대 초반의 직장인들이 국내 기업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김성중 대표이사는 “국내 기업과의 급여 차이도 많이 줄고 국내 기업도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휴가제도가 자유로워지면서 외국계 기업의 메리트가 점차 줄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씨티은행, 한국코카콜라 등이 당시 한국에 뿌리를 내렸다. 뒤를 이어 1970년대에 한국IBM, 필립스전자, 유한킴벌리, 신도리코 등이 들어왔다.

한국의 인지도가 높아졌던 1988년 올림픽이후 외국계 기업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본격적인 외국계 기업의 진출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투자 장벽이 제거된데다 국내 기업의 부실로 비교적 싼값에 인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산업연구원 장윤종 선임연구위원은 “IMF 외환위기 후에야 외국계 기업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M&A투자가 국내에 공장을 짓는 그린필드형 투자보다 많아 7 대 3의 비율을 이뤘다. 최근에는 5 대 5의 비율로 M&A투자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제조업 분야의 외국계 기업이 많았던 당시에 비해 금융·통신 등 서비스업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도 외국계 기업 진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 곽재승 교수는 “2003년과 2004년 외국계 기업의 투자가 피크를 이룬 후 올해는 조정기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미 들어올 기업은 다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는 이유는 국내의 대중 소비시장에 대한 매력이 첫째 요인이다. 삼성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영국계 ‘테스코’ 기업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산업의 부품 또는 관련기업에 투자하는 외국계 회사도 국내 진출에 적극적이다. 초기 진출 비용이 많이 들지만 중국과는 달리 안정적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게 하는 여건을 제공한다.

외환위기 당시 일부 투기자본의 진출로 외국계 기업의 이미지가 흐려지기도 했다. 세계시장에서 흔히 이뤄지는 비적대적 M&A조차 국내에서는 비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있다. 장윤종 선임연구위원은 “그런 환경을 초래한 제도 미비가 문제이지 외국계 기업의 진출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재승 교수는 “외국계 기업이 한국시장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수출도 많이 할 뿐더러 국내 산업과 보완관계에 있기 때문에 한국경제에 긍정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크다”고 말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