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상식, 이젠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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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賞)의 권위는 도덕으로부터 나온다.”
지난해 대통령 탄핵사건 당시 윤도현밴드가 국회로부터 받은 ‘상’을 반납하면서 했던 말이다. 상의 의미나 기능에 대한 문제제기라기보다는 당시의 정치적인 상황에서 나온 말이었지만 권위와 도덕이 의심받는 이런저런 대중음악 관련 상들을 생각할 때 아주 적절한 지적으로 읽힌다.

사실 상에는 칭찬과 격려의 의미가 담겨 있으니 받아서 기분 나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즈음 주어지는 대중음악 관련 이런저런 상의 ‘권위와 도덕’은 영 탐탁지 않다.
모두가 알다시피 연말이면 각 방송사들은 그 해의 가요계를 결산하며 각종 시상식을 주최한다. 그런데 방송국에서 상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시상식을 통해 또 하나의 쇼프로그램을 제작해 보려는, 이렇게 주어지는 상들의 상당수가 방송국 기여도와 전략적 판단에 따라 돌려먹고 나눠먹는다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각 방송사와 대중음악 관련 협회에서는 음반 판매율과 방송 횟수, 네티즌 참여 등 나름대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瓚?도덕을 지키려 하고 각사의 명예를 걸고 상의 권위를 지키려 노력한다. 그렇다 할지라도 이러한 노력이 결국 또 한 편의 특집 쇼프로그램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본래의 목적에 가까워지면 권위와 도덕을 위태롭게 한다.

화려한 쇼를 만들기 위해서 온갖 명목의 상을 만들다보면 동료가수들이 뽑은 인기상이니 하는 별 해괴한 상까지 출현한다. 어떻게든 필요한 가수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시상식은 칭찬과 격려의 자리가 아니라 또 하나의 TV프로그램 제작과정이 되어버렸다.

많은 상을 만들어야 그림 나오는 시상식 쇼가 만들어지고 그 쇼를 위해 상의 권위를 팔아먹는 셈이다. 하지만 권위없는 상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그동안 연말 시상식을 빌려 재미있는 ‘그림 나오는’ 쇼를 만들어 왔을지는 몰라도 받는 사람, 보는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상이 어떻게 될지는 뻔한 일이다.

각 방송사의 상을 하나로 통·폐합하자는 의견, 10대 가수니 최고가수니 하는 작위적인 선정보다는 차라리 1년간의 가요계를 결산하는 자리로 만들자는 의견, 철저히 판매량에 기초해서 시상하자는 의견 등 권위와 도덕을 갖춘 멋진 상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 이젠 좀 바꿔도 될 것이라 생각한다.

<공연기획자> tak05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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