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예술가에 대한 동경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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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경향갤러리 조영남 초대전,스티로폼 이용 인물부조 작품 선보여

[문화]천재 예술가에 대한 동경심

친일발언 등으로 시끄러운 한 해를 보냈던 가수이자 화가 조영남(60)이 서울 정동 경향갤러리에서 11월 30일부터 12월 14일까지 초대전을 한다.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1970년 초였으니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의 그림세계에 천착해온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화가로서 평가절하돼왔다. 수십 차례의 국내외 전시회와 광주비엔날레 초대작가의 이력이 쌓여서 ‘그림 잘 그리는 가수 조영남’에서 ‘화가이자 가수인 조영남’이 된 것이 최근의 일이다.

화투, 태극기, 소쿠리, 바둑판, 콜라캔 등등 범상치 않은 오브제들을 이용하여 펼쳐 보이는 그의 독특한 화면은 단순한 소재주의를 벗어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나아가서는 통일이나 자유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화단에서도 화투짝으로 이상한 그림을 그리는 가수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한국적인 팝아트를 대표하는 화가로서 인정받고 있다.

그의 노래 중에서 ‘딜라일라’와 ‘불꺼진 창’ 등 히트곡과 ‘화개장터’와 ‘내 고향 충청도’ 사이엔 극명하게 대비되는 요소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그의 타고난 목소리 안에서 서로 화해하면서 조화를 이룬다. 그림도 마찬가지. 화투부터 태극기와 공화국기, 바둑판, 요강, 콜라 병뚜껑 등 전혀 이질적인 오브제들이 그의 캔버스에 초대되면 하나의 목소리를 내면서 조영남다운 그림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그가 세상을 향해 얘기하고 싶은 것은 하찮은 것들에 대한 찬사다. 그는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 일상의 하찮은 것들이 결국 가장 위대한 것”이라고 말한다.

500호 그림엔 낯익은 얼굴들

이번 전시회에는 그의 최근 작업 경향과도 만날 수 있다. 스티로폼을 이용한 인물 부조 작업이 그것이다. 오브제의 상식을 뒤집는 스티로폼 작업은 먼저 살다간 천재 예술가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 이상, 화가 이중섭, 박수근, 박생광은 물론 피카소와 필립 가스통, 야스퍼 존스 등의 인물 부조를 특징적인 면을 부각시켜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상에게는 황금왕관을 씌워줌으로써 ‘왕중왕’의 존경을 담기도 했다.

500호가 넘는 대형 그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그가 평생 만나온 사람들과 찍은 사진을 이용한 콜라주 작품이다. 부시, 옐친, 고르바초프, 클린턴 등 세계적인 지도자부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전·현직 대통령은 물론 패티김, 노사연, 서세원, 이성미, 김세환 등 동료 선·후배 연예인들까지. 그가 지난 수십 년간 만나온 사람들은 ‘조영남은 과연 마당발’이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한다.

이번 초대전에서 그는 미니콘서트를 겸한 개막식을 한다. 11월 30일 오후 5시 정동 경향갤러리에서 펼쳐지는 개막식에서 그는 대형 그랜드 피아노를 전시회장에 들여놓고 직접 자신의 애창곡들을 부른다. 가수이자 화가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유감없이 펼쳐보이는 이색 개막식인 셈이다. 파란만장했던 한 해를 정리하는 환갑노인(?)의 전시회가 사뭇 기대된다.

<기획취재부/오광수 기자 ok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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