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민들 예방 관심 적어… 정부의 안이한 대처로 심각성 못 깨달아
뭘 무서워 해요? 우리 마을에서는 닭이 병들어 죽으면 잡아먹는걸요.”사스 이후 최고의 재앙이라는 조류 인플루엔자(AI)에 대한 세계 각국의 경계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조류 인플루엔자의 위협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다는 중국은 태연하다. 오히려 ‘닭고기가 싸져서 좋다’거나 ‘비싸던 비둘기탕을 이제서야 먹을 수 있게 됐다’며 조류 인플루엔자를 반기는 분위기마저 느낄 수 있다.
2003년 말 중국 일부지역에서 보고되기 시작한 조류 인플루엔자 환자는 올해 들어 중국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만은 물론 랴오닝성과 안휘성을 비롯해 네이멍구, 칭하이, 후난, 티베트 등 7개 지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징후가 포착됐다. 안휘성에서는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환자 3명 가운데 1명이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 조류 인플루엔자의 확산은 중국 경제에도 깊은 주름살을 만들고 있다. 전 세계에서 소비하는 식용 조류의 20%를 중국이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중국인들은 태평하기만 하다.
중국이 이렇게 평소와 다름없는 것은 당국의 선전에 힘입은 바 크다. 중국 당국은 조류 인플루엔자 경고가 나오기 시작한 시점부터 대대적인 선전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직접 맥도날드에서 치킨을 먹어 보이기도 했다.
병들어 죽은 가금류 섭취 예사
그런데 이번에는 선전이 너무 잘 먹혀들어간 게 더 큰 문제가 됐다. 선전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사람들이 조류 인플루엔자를 가벼운 ‘류간(감기)’ 정도로 생각해 병들어 죽은 가금류를 잡아먹는 등 예방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의 위해성을 정확히 알리기보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전혀 두렵지 않은 것이라는 선전이 중국인들의 경계심을 느슨하게 만든 것. 조류 인플루엔자를 ‘친류간’이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조류 인플루엔자를 얼마나 가볍게 대하는지 알 수 있다. 중국 내 유명 인터넷포털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반응은 이런 분위기를 그대로 대변한다.
“조류 인플루엔자에 죽은 사람이 몇이나 돼요? 퍼센트로 따지면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저는 사람이 죽는 것보다 우리집 앵무새가 죽는 게 더 걱정이에요.”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환자수와 피해 정도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는 중국 당국의 관례도 안이한 분위기 조성에 한몫했다. 세계보건기구도 중국 당국의 매체 통제와 선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중국의 조류 인플루엔자 관련 통계수치를 믿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의 철새들은 북에서 남으로 이동하고 있다. 적어도 조류 인플루엔자 위험 지역인 베트남과 인접한 광둥성 이북은 철새 이동에 의한 조류 인플루엔자의 확산 가능성이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비교적 북쪽에 위치한 랴오닝성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징후가 추가로 나타난 것은 사람이 이동시키는 조류에 의해 조류 인플루엔자가 퍼져나갈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 상태라면 중국은 조류 인플루엔자로 사스 이상의 결정적인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천광 통신원 chocobi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