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대생들 ‘플립플랍’ 에티켓 논란… 부시와 기념사진이 발단
![[월드리포트]샌들 신고 백악관 갔니?](https://images.khan.co.kr/nm/637/e3.jpg)
지난 7월 12일 전미 우승권을 획득한 노스웨스턴 대학의 여성 라크로스팀이 백악관을 방문하여 부시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일은 앞줄에 대통령과 나란히 선 선수 9명 중 4명이 발가락 샌들(flip flops)을 신었다는 사실이다.
‘시카고 트리뷴’은 문제의 사진을 본 한 선수 오빠가 황당해서 여동생에게 보낸 이메일을 인용해 “너 백악관에 플립플랍 신고 갔니?”라는 제목으로 1면에 기사를 내 보냈을 정도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발가락이 다 보이는 신발의 선택이 보여주는 미국 신세대들의 예의문제다. 정중해야 하는 백악관에 이런 신발을 신고 가도 되는가라는 물음이다.
뉴욕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대학의 액세서리디자인부 학장인 엘렌 골드스타인은 자신이 여학생들의 입장이 되어 국가의 원수를 만난다면 플립플랍을 신지 않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른 에티켓 전문가들도 명백히 “아니다”라고 했다. 이유는 “정장용 신발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선수 가족도 문제의 여름 신발이 대통령 면담용으로는 너무 캐주얼하다고 본다. 기자가 플립플랍을 신은 한 선수의 어머니에게 의견을 구하자 “나는 50살이 되도록 스타킹을 안 신고는 외출을 안한다”며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을 옹호하는 의견도 없지는 않다. 한 패션 전문가는 “모두가 날나리처럼 입지는 않았다”며 “이 여대생들이 운동선수란 사실을 고려하면 캐주얼한 차림은 적절하다”고 말했다.
유행을 따르는 노스웨스턴 와일드캣츠 라크로스팀 선수들에게 플립플랍은 캐주얼한 신발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당시 발가락 샌들을 신었던 앨리 조셉(20)은 “아무도 해변에서나 신는 초라한 플립플랍을 신지 않았다”며 어디까지나 ‘정장용’임을 강조했다. 다른 팀원인 케이트 다모디(22)도 “백악관에 입고 갈 옷과 어울리는 동시에 신기 편하며 실례가 안되는 신발을 생각했다”며 ‘격식에 맞춘 차림’임을 주장했다.
올 여름 최고 패션유행 중 하나인 발가락 샌들은 미국의 젊은이에게 인기가 높다. 장소에 관계없이, 심지어 결혼할 때도 신는 신발이 되었다. 이 현상에 대해 일리노이주의 청소년 마케팅 연구소 전문가 마이클 우드는 Y세대(2차대전 후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또는 1977년부터 1994년 사이에 태어난 미국 청소년은 청바지를 입고 자란 세대의 자녀라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라이프 스타일에 익숙해 있다고 했다. 특히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 스캔들을 목격한 후 "이들에게 정치지도자들은 머나먼 존경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같은 인간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비난을 인식했는지 이 여대생들은 NBC 방송의 투데이 쇼에 출연해서 자신들이 백악관 방문할 당시 신었던 샌들을 경매에 부칠 계획이라 발표했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뇌종양에 걸린 10세 소녀를 돕겠다는 것이다.
<오리건(미국)/조민경 통신원 mcg99@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