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테러 후 이슬람 혐오범죄 기승… 다른 문화권까지 확산
지난 7월 7일 런던을 강타한 폭탄테러 이후 '혐오 범죄(hate crime)'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기독교 이외의 다른 종교 또는 다른 문화권의 거주민들이 안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혐오범죄는 종교나 인종 등의 편견에서 오는 증오심을 바닥에 깔고 있다. 최근 영국 내에서 보도되고 있는 사건 사고들은 회교 사원의 창문을 깨거나 벽에 낙서를 하는 경미한 것들부터 무슬림에게 욕설로 위협을 가하거나 폭행하는 강력사건까지 포함돼 있다. 이런 일들은 평소에도 일어날 수 있지만 폭탄테러 후 보고된 사건만 270여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40여건에 비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탄테러가 잠재하던 영국민들의 인종주의를 부추긴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법도 하다.
폭탄테러의 주범들이 회교원리주의자로 지목된 뒤 영국 전역의 회교 사원은 크고 작은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무슬림들은 경찰의 집중적인 불심검문을 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하루 이틀씩 경찰에 억류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푸대접에 저항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영국내 반 이슬람 분위기는 확고하다. 그리고 무슬림에 대한 반감과 경계 수위가 도를 넘어 타 문화권과 인종에 대한 광범위한 차별로 이어지는 듯한 분위기가 포착되고 있다.
지난 7월 29일 영국 중부 리버풀에서는 흑인 고등학생 앤소니 워커가 백인 여자친구와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4명의 백인 남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고 도끼로 무참하게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후 몇시간이 지나지 않아 경찰은 이례적으로 인종주의 때문에 발생한 살인사건이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8월 2일에는 아시아계 남자 2명이 탄 승용차가 아무런 이유없이 공격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백인들은 각목을 휘둘러 유리를 깨고 차체를 마구 훼손했으며 피해자들에게는 폭탄테러를 언급했다고 전해진다. 영국 남서해안 플리머스에서는 20세의 회교도 청년이 백인 청소년들에게 폭행당하고 머리에 심한 부상을 입었는데 이 역시 인종주의적 사건의 하나로 보고됐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인종주의적 범죄가 폭탄테러 이후 발생하긴 했지만 시기적으로 우연하게 겹쳤을 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폭탄테러를 계기로 회교도뿐 아니라 흑인과 아시아계 등 다른 문화권에 대한 광범위한 인종 차별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무슬림이나 흑인 커뮤니티에 비하면 소수에 불과한 한인사회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언제 인종주의의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민족 사회의 긴장감은 높아만 가고 있다.
<런던/정수진 통신원 jungsu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