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쥔잔민 정책’으로 군수품 기술력 떨어져 조립생산 그쳐
![[월드리포트]중국 미사일 원산지는 러시아](https://images.khan.co.kr/nm/635/e3-1.jpg)
“미국이 우리를 정신차리게 했다.”
1978년 덩샤오핑은 개혁정책을 시작하면서 “중국은 앞으로 50년 동안 전쟁을 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군수품을 만들던 공장의 가동을 멈추고 인민을 위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미였다. 이른바 ‘쥔잔민(軍轉民) 정책’이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중국의 군수품 연구와 제조는 거의 중단됐다. 군수품을 생산하던 공장은 이 기간에 수많은 민간용 제품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렇게 군사대국의 지위에서 스스로 내려오려고 했던 중국이 마음을 고쳐먹게 만든 장본인은 어이없게도 미국이다.
1999년 유고에서 벌어진 코소보 사태 당시 중국대사관이 미국 폭격기에 폭격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은 오폭이라고 변명했지만 중국내 반미감정은 폭발 일보 직전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대국화를 재점화시킨 직접적인 원인은 반미감정이 아니었다.
중국은 당시 중국대사관에 떨어진 미국 미사일의 성능에 화들짝 놀랐다. 미사일은 중국대사관의 3층 건물을 가장 아래층까지 뚫은 후 폭발했는데 중국은 이런 성능의 미사일을 제조할 능력도 없었고 막을 방법도 알지 못했다. 개혁·개방정책에만 정신이 팔려 군사력에서 점점 뒤처지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실수로 떨어진 미사일 한 발이 잠자던 용을 깨워버린 셈이다.
이때부터 중국은 미사일 개발에 관한 한 자신들보다 ‘한수위’로 평가되던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전력을 쏟았다. 그러나 워낙 미사일 개발에 뒤처져 있던 터라 러시아제 미사일을 재조립하는 수준밖에 되지 못했다. 중국이 대외적으로 자체기술로 개발했다고 자랑하는 미사일들은 러시아제 미사일의 조립생산품에 불과하다. 그것도 러시아에선 생산이 완전 중단된 구형모델이 대부분이다.
러시아선 생산 중단된 구형모델
이렇게 생산된 미사일이 D01, D05, D06, D07, D08 계열의 모델들이다. 유명한 ‘훙젠(紅箭)’ 계열의 미사일은 외교 경로를 통해 리비아에서 수입한 소련제 미사일을 모방해 만들었다. 이외에도 로켓포탄, 대전차미사일 등 모두 러시아제 미사일의 아류는 수없이 많다. 물론 중국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것도 있으나 주로 전통적인 수류탄, 탄약 등에 국한되어 있다.
중국의 미사일 가운데 유일하게 자체 개발한 것은 ‘둥펑(東風)’ 계열의 대륙간미사일이다. 이 미사일은 중국이 우주선을 쏘아올릴 정도의 로켓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에 개발이 가능했다. 대륙간미사일은 단거리, 중단거리, 중장거리 미사일과 구조와 원리가 크게 다르다. 중국은 정밀기계 제작을 위한 기술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 심지어 중국의 군수품 제조공장에서 근무하는 한 기술자는 이런 말을 털어놓았다.
“중국이 어떻게 우주선을 쏘아올릴 수 있는지 아세요? 우리는 수만개의 부속을 만든 다음 그 중에서 딱 한 개만 골라요. 다시 말해 중국의 정밀부품 제조 성공률은 0.01%입니다. 완전히 돈으로 때려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월드리포트]중국 미사일 원산지는 러시아](https://images.khan.co.kr/nm/635/e3-2.jpg)
중국은 스스로 다른 나라한테 침략당할 가능성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유일하게 남은 ‘눈엣가시’는 대만이다. 대만이 독립을 선포하는 순간 양안은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중국이 미사일 등 군수품 생산에 심혈을 기울이는 또 다른 이유다.
중국의 군수품 공장들은 국가가 직접 운영하며 천혜의 지형을 이용해 제대로 은폐돼 있다. 보통 주위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줄곧 흐린 날씨가 계속되는 곳에 공장을 짓는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다 해도 공장건물은 울창한 숲에 가려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흐린 날씨 때문에 촬영도 불가능하다. 공장 주변의 산은 미사일 등 각종 군수물자의 저장창고로 활용된다. 이런 공장 주변의 산에는 곳곳에 ‘불꽃금지 폭발조심’ 등의 표시가 붙어 있다. 민간인들이 출입을 할 수 없는 통제구역이다.
군수품·민수품 노동자 차별대우
군수품 공장 한켠에는 민간용 제품을 만드는 공장이 함께 자리한다. 그렇지만 군수물자 생산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민수품 공장은 외관과 내부시설, 관리방식까지 군수품 공장과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민수품 공장은 1980년대에 생산된 중국산 기계를 사용하는데 공장 내부는 기계 소음과 더불어 공업기름과 먼지가 날려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열악하다. 노동자의 월급은 500위안에서 700위안 사이다. 공장의 설계사와 공장장 등 관리자들도 최고 1200위안을 초과하지 않는다.
반면 군수품 공장은 민수품 공장에 비하면 천국에 가깝다. 에어컨이 돌아가는 공장 내부는 쾌적할 뿐 하니라 적막감을 느낄 정도로 조용하다. 군수품 제조에 필요한 기계 뿐 아니라 심지어 손으로 미는 소형 이동차까지 스위스, 일본 등에서 수입해 사용한다. 중국산 제조 기계는 정밀도와 효율면에서 요구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월급도 하늘과 땅 차이다. 군수품 공장의 보통 노동자는 1200위안에서 2000위안 정도를 받지만 기술자와 연구팀, 관리자 등은 3000위안에서 8000위안까지 받기도 한다. 공장의 최고경영자에 해당하는 당위서기가 최고 월급인 1만8000위안을 받는다.
민수품 공장이 여러 면에서 홀대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회사의 주요 수입이 공장에서 제조한 무기류를 수출하는 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국영기업의 특성상 신제품 개발과 시장개척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경쟁이 치열한 민간용 제품을 팔아서는 이익을 내기 힘들다. 오히려 밑지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그렇지만 각 회사가 민수품 생산을 중단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민수품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이 생활을 꾸려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들의 생활을 보장하는 것은 국영기업의 주요 임무 가운데 하나다. 중국의 시장경제도 국영기업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말도 여기서 생겼다.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임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베이징/천광 통신원 chocobi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