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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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2판4판]‘중대’한 상담

문: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한국유치원 별반 보람이에요. 이거는요. 아주 큰 비밀인데요. 살짝만 이야기할게요.

얼마 전에 제 남자 친구가요. 저한테 중대 제안을 하겠다고 말했어요. 제가요, 요즘 날씨도 덥고 해서 축 처진다고 하니깐요. 힘이 솟는 드링크를 매일 한 병씩 갔다 주겠대요. 그걸 먹으면 에너지가 팍팍 생긴다면서요. 그러면서 뭐라는지 아세요. 뽀뽀만 한 번 해주면 된대요. 아주 중대한 제안인 것 같은데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답: 음. 중대하긴 중대하구나. 뽀뽀란 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란다. 나도 1년 전에 한번 해 봤지만 전기가 팍팍 오는 게 어린애들은 감전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팍팍 들더구나. 역시 어른이 되어서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문: 사실은요. 제 남자 친구는요, 바람둥이거든요. 얼마 전에는 자기 동네에 있는 한나, 민주, 민노한테도 중대 제안을 할테니 자기를 사랑해 달라고 떠벌리고 다녔어요.
답: 원래 세상은 그런 거란다. 멋있는 남자는 꼭 여자친구가 있거나, 여자친구가 없는 남자는 꼭 바람둥이거나, 바람둥이가 아닌 남자는 멋이 없거나, 그렇단다. 나를 봐라. 이 나이 되기까지 시집가지 못한 것도 다 이유가 있단다.

문: 제 남자 친구는요, ‘중대’를 너무 좋아해요. 얼마 전에는 반에서 반장선거를 하는데 그전에 하던 소선거구제가 싫다고 그랬어요. ‘중대’ 선거구제가 좋다는 거예요.

답: 남자친구가 알건 제대로 알고 있구나. 역시 큰 것이 좋단다. 너도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단다.

문: 그런데 걔는 아파트는요, ‘중대’형을 싫어해요. 소형이 딱 맞대요. 그래서 ‘중대’형이 많은 강남에는 얼씬도 하지 않으려고 해요.

답: 거참, 특이한 성격이구나. 중대 제안에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하는데 중대형 아파트가 싫다니….

문: 남자친구가 싫어하는 ‘중대’가 또 하나 있어요. 저기 보이죠.

답: 니가 아까 이야기하던 민노 아니냐?

문: 맞아요. 얼마 전에 한나가 제 남자친구하고 민노하고 같이 다니는 걸 보고서요, 쟤한테 별명을 붙였어요. ‘이중대’라고 했대요.

답: 너의 남자친구가 싫어할 만도 하구나.

문: 그런데요. 선생님은 언제 시집가세요?

답: 그렇게 중대한 질문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단다. 요즘 ‘중대’한 일이 너무 많아 아직 미루고 있는 상태지. 그나저나 내한테는 어떻게 중대 제안을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지.

별반중대 급훈
누구 좀 우리 선생님에게 중대 제안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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