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신부의 철없는 실수가 횡재로…선정주의 보도에 비난의 목소리도
![[월드리포트]‘도망간 신부’의 인생역전](https://images.khan.co.kr/nm/631/e2-1.jpg)
결혼식을 불과 나흘 앞두고 감쪽같이 사라져 미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도망간 신부’에 대한 관심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 4월 실종돼 대대적인 수색작전이 펼쳐졌던 제니퍼 윌뱅크스(32)라는 평범한 미국 여성. 윌뱅크스는 최근 자신의 이야기를 독점제공하는 조건으로 한 출판사와 50만 달러짜리 계약을 체결했다. 이 출판사의 뉴욕 대리인인 주디스 리간은 이와 관련, “제니퍼와 메이슨(그녀의 약혼자)의 사랑과 용서는 흔치 않은 감동적인 스토리”라며 케이블 TV용 영화로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혼 중압감에 시달리다 무작정 도피했던 예비신부의 철없는 ‘실수’가 단 두 달 만에 엄청난 ‘횡재’로 탈바꿈한 것이다. 일간 ‘월드넷 데일리’는 “결혼이 무서워 달아났던 ‘런어웨이 브라이드(runaway bride)’가 이제 현금을 향해 달음박질치고 있다(makes dash for cash)”고 보도했다.
사건 전말 지난 4월 26일 미국 조지아주 덜루스시 경찰은 한 여성에 대한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신고자인 존 메이슨은 자신의 약혼녀가 이날 저녁 조깅하러 나간다고 말한 뒤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보조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제니퍼 윌뱅크스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자동차 열쇠, 현금, 신용카드, 신분증을 모두 둔 채 입고 있던 옷가지와 라디오 하나만 달랑 들고 집을 나갔다. 당시 그녀는 결혼식을 코앞에 두고 있었고, 하객 600명을 초대하는 안내장도 인쇄된 상태였다. 윌뱅크스의 고등학교 동창들은 그녀에 대해 “결혼을 앞두고 매우 흥분할 정도로 메이슨과 사랑에 빠져 있었다” “자상한 성격을 지닌 제니퍼는 어머니가 되는 게 꿈인 여자였다”며 납치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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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결혼식 당일인 4월 30일 오전, 그녀는 뉴멕시코에서 약혼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무사함을 알렸다. 집을 나간 사흘 동안 TV나 라디오 뉴스를 한 번도 보지 않았고, 딱 한 번 신문을 사보았지만 자신의 얼굴이 1면에 실린 사실조차 몰랐다는 고백이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윌뱅크스는 다시 한 번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경찰조사에서 자신이 히스패닉계 남자 2명에 납치됐고 이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이다. 결국 도피 당일 그녀가 직접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고 버스표을 구입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됐다.
조지아주 로런스빌 재판부는 윌뱅크스에게 허위진술 등의 혐의를 적용해 보호관찰 2년과 함께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 등을 선고했다. 뿐만 아니라 잠적기간 동안의 수색작업 비용을 근거로 1만3250달러의 벌금도 부가했다. MSNBC는 허위진술로 최고 징역 6년형에 처해질 위기에 직면한 그녀가 약혼자 메이슨과 함께 법정에 나타나 눈물을 흘리며 후회했다고 보도했다.
전화위복이 된 소동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윌뱅크스는 일생일대의 실수를 저지른 듯 보였다. 거액의 벌금이나 사회봉사명령 등이 전부는 아니었다. 주 정부에 의해 정식으로 기소됨으로써 1990년대 월마트 등지에서 세 차례나 물건을 훔치다 구류처분을 받았던 전과가 만천하에 드러나 망신을 샀다. 히스패닉계 남자들에게 납치됐다고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히스패닉 단체로부터 고소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약혼자인 메이슨은 그녀의 잘못을 용서하고 신부로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윌뱅크스는 여전히 결혼 여부를 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했다.
하지만 도피 전날 밤, TV에 출현한 할리우드 스타 매튜 맥커너히가 그의 고향 텍사스 오스틴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보고 무작정 텍사스행 대륙 횡단버스에 올라탔다는 이 철없는 예비신부에 대한 동정론이 확산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사람들은 “완벽한 아내가 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한 움큼의 수면제와 버스표를 두 손에 들고 고민했다”는 윌뱅크스를 편들기 시작했고 그녀와 관련한 상품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인터넷에서 조깅 티셔츠를 입고 타월을 걸친 런어웨이 브라이드 액션피겨(실제 유명 인물을 본따 만든 인형)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개당 24.95달러라는 적지않은 가격이었지만 출시 보름 만에 250개가 팔려나갔고 한때 미국 옥션사이트 e베이에서 개당 1만5400달러라는 믿지 못할 가격이 형성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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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결혼 공포를 덜어주는 데 효과가 있다는 속설이 있는 핫소스의 판매가 급증하는가 하면 윌뱅크스의 이름을 딴 ‘제니퍼스 하이 테이린’이라는 상표의 핫소스가 등장해 빅히트하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해 1병에 7달러씩 제니퍼스 핫소스를 팔고 있는 ‘파피 페퍼’의 데이비드 리안 사장은 “전국에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며 단 며칠새 6개월치 판매고를 올렸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나 이라크 상황 등 온갖 뉴스거리에도 불구, 한 달 이상 윌뱅크스 사건을 주요 뉴스로 다룬 CNN, MSNBC, FOX 등의 덕분이었다.
선정주의 비난 목소리도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보도에서 이번 사건을 빗대 “언론이 온갖 종류의 상상을 동원해 이야기를 부풀리고 비틀면서 시시콜콜한 가정사를 국가적인 논쟁거리로 만들고 있다”는 한 독자의 불만을 소개했다. 그위넷 카운티 지방검사인 데니 포터는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투션’과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그녀(윌뱅크스)가 자신의 경험담을 팔아 이익을 취하는 것에 불만이지만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까지 말했다.
이에 맞서 윌뱅크스의 변호사인 린디아 사타인 등은 제니퍼를 강력하게 변호하고 있다. 그녀가 최근 몇 달 동안 선정적인 매스컴에 시달렸을 뿐 아니라 직장을 잃고 벌금도 내야 하기 때문에 출판계약을 하는 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캐나다 출신 영어교사인 조엔 홀던은 “제니퍼 소동은 흥밋거리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미국인들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며 미국 사회에 원초적인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국제부/이상연 기자 lsy77@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