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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온 편지
(13)병역거부자로서의 과업은 끝났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말이 나를 수식할 단어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병역거부를 결단한 후에도 기꺼이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양심이란 단어가 지니는 무게를 견딜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냥 병역거부자이고 싶었습니다. 수많은 인터뷰에 나서야 할 때면, ‘여호와의 증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려고 스스···
[ 1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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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1 ]
(12)생애 가장 고된 겨울
‘내일은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리라.’ 높은 담벼락 안을 거닐며 마지막 낙엽을 쓸던 와중에 누군가 자조 섞인 감탄을 내뱉습니다. 바깥세계에서 누렸던 크리스마스의 아늑함을 단 1%도 재현할 길이 없어 애써 의식하지 않고 지나치려 했건만, 눈치 없이 불행을 입 밖으로 꺼내는 죄수들 때문에 초연함을 잃고 말았습니다. 퇴근길 몸수색을 기다리···
[ 14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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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4 ]
(11)혼자였던 시간, 혼자가 아닌 시간
더없이 외로운 동시에 너무나도 간절히 혼자이고 싶습니다. 한때는 독방에 들어가는 것이 꿈이었지만 정치·경제적 거물이거나 사형수가 아닌 한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포기했습니다. 빈틈없는 감시체계가 작동하는 감옥세계는 보통의 죄수들을 단 한순간도 홀로 두지 않습니다. 한두 평이라도 더 넓은 방에서 함께 일하는 죄수 무리와 별 탈 없이 잘 지내···
[ 14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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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7 ]
(10)출근 앞둔 죄수의 마음 다잡기
모두가 잠든 새벽, 느닷없이 잠에서 깹니다. 바깥은 한없이 고요한데 좁은 방안은 격한 코골이 소리로 진동합니다. 모두가 일어나면, 언제 어디서나 환경미화에 진심인 교도관을 마주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옵니다. 청소부에 속한 죄수들은 저도 모르게 긴장감이 커집니다. 여느 감독관과 달리 그는 직접 청소도구를 쥔 채 곳곳을 누비며 청소 작업을 감독···
[ 14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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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7 ]
(9)죄수를 대체하는 대체복무요원
오전 8시, 하늘이 티 없이 파란 날씨에도 어두침침한 복도를 걷습니다. 아득하고도 아련한 철창 밖 풍경에 시선이 다다르기 전에 두 열로 행군하듯 다가오는 무리를 마주합니다. 제 또래로 보이는 이부터 갓 대학을 졸업했을 법한 앳된 얼굴의 청년까지. 새파란 죄수복과 군청색 교도관 제복 사이, 오묘한 느낌을 자아내는 옷은 그들의 어중간한 위치를···
[ 14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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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5 ]
(8)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알게 된 건 영국 유력 언론이 선정한 ‘100대 소설’을 정복하기로 결심했을 때입니다. 감옥 세계에 들어오면서 장바구니를 가득 채운 온라인서점 계정을 주변에 공유했더니, 수많은 책 중에서 그 소설이 친구 눈에 띄었답니다. 막상 친구의 선물이 제게 닿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교정시설에 방문···
[ 14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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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1 ]
(7)탈출하고 싶은 수컷들의 ‘위계’
평생의 목표는 온전히 평등한 조직에서 일하는 겁니다. 나이와 연공, 직책에 따른 위계가 존재하지 않으며 공동체에 속한 모두 간 수평적인 소통이 이루어지는 곳을 꿈꿉니다. 그런 조직 안에서라면 누구도 갈등을 회피하거나 억누르지 못할 겁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감옥세계에서는 ‘법무부의 시계는 국방부 시계와 같다’라는 격언이 대···
[ 14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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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1 ]
(6)이재용을 ‘일찍’ 떠나보내며
그를 처음 만난 건 작업장을 지정받고 청소를 시작한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서로 묵례하며 지나는 무리의 틈에 끼어 있었다고 해야겠죠. 그는 바깥 세계에서 뉴스로 접했던 것보다 약간 야위었지만, 재벌총수로서 지녔던 근엄한 표정은 제법 옅어져 있었습니다. 여유가 넘치는 그의 걸음걸이는 나를 한참 사로잡고 있었···
[ 14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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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3 ]
(5)‘거리 두기 4단계’에서 보내는 감옥의 시간
이른 아침, 청소를 시작하다 ‘거리 두기 4단계’가 다시 연장된다는 속보를 들었습니다. 한달 전, 휴게실에서 들뜬 마음으로 연인과 접견을 기다리다 접한 소식처럼 가슴을 덜컥 내려앉더군요. 직원이 코로나19에 확진된데다 거리 두기 4단계 시행이 발표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들. 그날부로 접견과 전화가 모두 금지됐습니다. 간신히 딛고 있던 반대···
[ 14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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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3 ]
(4)생계급여 결정은 올해도 주목받지 못했다
제 월급은 4만원이 조금 넘습니다. 최저임금으로 따지면 5시간 만에 벌 수 있는 돈이겠죠. 출근은 8시, 퇴근은 4시에 합니다. 주말과 공휴일에도 근무하는데 오후는 쉽니다. 국제사회 합의를 통해 금지하는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건 결코 아닙니다. 딱딱한 바닥에 온종일 가만히 앉아 시간의 압력을 버텨낼 자신이 없어 자청한 일입니다. 먹고 자는 ···
[ 14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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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9 ]
(3)법원의 선고보다 무서운 형벌
‘법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뜻은 법무부의 자식이라고 합니다. 내가 당분간 지내야 하는 세계에서는 위생용품, 의류, 간식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모든 수용자에게 배급되는 필수용품이 있지만, 왠지 손이 가지 않습니다. 구매품에 비해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바깥세상에서 누렸던 호화스러운 소비 습관을 ···
[ 14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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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2 ]
(2)‘닭장’ 속에서 떠올린 쪽방촌의 얼굴들
격리실은 가난한 사람의 주거지로 쓰이는 쪽방과 매우 흡사했고, 쪽방과는 달리 칸막이로 구분된 화장실이 있다는 점에서 책상과 침대를 뺀 고시원과도 닮았습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 김기남 기자 이 세계에 첫발을 디딘 날은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은 지난 3월 어느 오후였습니다. 수갑이나 포승줄을 차지 않은 채 검찰 호송차에···
[ 14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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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9 ]
(1)‘평화적 신념’ 허하라
꼼지락거리는 것도 여의치 않은 감옥에서 세상을 바라봅니다. 저는 ‘평화적 신념’ 때문에 수감 중인 청년입니다.
편집자 주 손편지 도착 이후인 지난 6월 24일, 대법원은 여호와의증인 신도가 아닌 비폭력·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현역 입영을 하지 않은 양심적 병역거부자 A씨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에서 비폭력·평화주의 신념을 이유로 현역 입영을 하지 않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확정···
[ 14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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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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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카슈미르 충돌과 아프가니스탄의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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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코알라의 죽음이 남긴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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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실이 멈추자 일그러진 얼굴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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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의 밤, 대선후보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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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최상목 부재 차라리 잘돼···미와 협상 시간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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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반동성애를 신앙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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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귀향길에 들은 아버지의 인간관계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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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선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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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산 높으면 통풍? 심혈관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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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시사 2판4판
쇄신은…여전히…
주간 舌전
“노무현 따라 꼬마 민주당 갔다면…”
오늘을 생각한다
나의 열두 번째 대통령
1980년대 이후 다시 못 볼 줄 알았던 계엄 포고문이 여러모로 나를 떨게 했다. 계엄이 해제될 때까지 4시간 동안은 두려워서 떨었다. 열 살 먹은 딸이 울고 있는 옆에서 덩달아 울었다. 그땐 그렇게 살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그렇게 산다고 생각하니 치가 떨렸다. 입에 재갈을 물고 살거나 재갈을 풀고 죽거나, 나야 물고 사는 편을 선택하겠지만, 나보다 40년 늦게 태어난 딸이 나와 같은 성장기를 보낸다는 것이 서러웠다. 계엄이 해제되고 광장이 열리자 나는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홀로 광야에 선 듯한 고립감에 떨었다. 광장에 나의 자리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유사한 경험의 축적으로 나는 광장 이후 세상에 일말의 기대도 품지 못하는 비관주의자, 어쩌면 현실주의가 돼 있었다. 응원봉과 K팝, 전에 없던 광장의 미담과 남태령에서 날아든 기적 같은 이야기들로 마음이 녹을 만도 한데, 나만이 서 있는 이 광야에서 그저 먼 나라 소식을 보듯 광장을 관망했다. 4월 4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읽어 내려간 윤석열 파면 결정문을 들으며 잠시 감동했지만, 광장이 닫히고 대선 공간이 열린 순간 두려움은 현실이 됐다. 누구에게는 광장의 연속이겠지만, 나에게는 광야의 확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