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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 그래, 나는 일을 못한다

이번에는 꼭 이기게 해주세요
나는 요즘 꼭 이기고 싶은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 ‘감히’ 주권자인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버티고 있는 허수아비 대통령과 그의 부역자들을 물러나게 하려고 주말마다 광장이라는 전쟁터로 출동한다. 많은 ‘일못’들이 단지 일만 못하는 건 아니다. 다른 것도 세트로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그 중 싸움을 지지리도 못한다. ‘싸움’ 하면 선명하게 기억나는 풍경이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선생님이 정한 음악에 맞춰 조별로 율동을 창작하여 발표하는 과제가 있었다. 틈만 나면 함께 모여 율동을 만들었는데 Y는 항상 불참했다. 다들 불만이 가득했지만, 키도 크고 영향력 있는 친구였던지라···
[ 1206호ㅣ2016.12.20 ]

박 대통령을 ‘미스 박’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대통령의 잘못은 비혼 여성이라는 사실과 무관하므로 그런 표현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하자, 상대는 “대통령의 미숙함과 유아적임 때문에 ‘미스 박’이라고 부른 건데, 그게 뭐가 문제냐”고 반문했다. 미스. 결혼하지 않은 여성 앞에 붙이는 명사. 나는 87년생, 05학번이다. 이렇게 오래되고 낡은 언어는 1970~80년대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처음 ‘미스 리’라는 말을 들었던 건 대학생 때 민주노동당이라는 당의 지역모임에 나갔을 때였다. 한 중년의 남성이 농담조로 나를 ‘미스 리’라고 불렀고, 사람들은 웃었다. 나는 노골적으로 불쾌해했다. 불쾌감을···
[ 1205호ㅣ2016.12.13 ]

“대통령은 인정하고 일못유니온 가입하라”
대통령이 몇 달 만에 ‘일못’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심지어 그녀 스스로는 아무것도 결정하기 못했으며, 임기 동안 오랜 친구의 대리인 역할만 해 왔다는 말도 들린다. 나는 요새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 대통령을 무척 좋아하셨던 할아버지는 그녀가 텔레비전 화면에 나올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운 피부는 언제나 찬사의 대상이었고, 가끔 그녀가 중국어나 영어로 연설을 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할아버지는 그녀의 불굴의 의지와 성실함에 대한 찬양을 멈추지 않으며 내 표정을 살피셨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있었던···
[ 1204호ㅣ2016.12.06 ]

병원에 가기 싫어서 안 가는 줄 아세요?
끔찍한 산업재해를 겪은 노동자들 중에는 나와 같은 여성이며 나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는 조금 아픈 것으로는 병원에 가지 않고 일터에 남아야 하는 서러운 사람들이었다. “광장에 엄청 모였어!” 지난주 토요일, 광장에 먼저 도착한 친구의 전화였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전철을 타려고 플랫폼으로 올라가는데, 열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어서 광장에 가야 해!’ 하며 에스컬레이터 위를 뛰었다. “헉!” 아뿔싸, 발목이 또 꺾였다. 에스컬레이터 위를 붕 날아서 넘어졌다. 양쪽 무릎에는 피가 고였다. 너무 아팠다. 그래도 광장에 가고 싶었다. 상식적인 나라에서 살기 위해 뭐든···
[ 1203호ㅣ2016.11.29 ]

‘무조건 1번만 찍는 60대 남성’이 달라졌다
저녁 뉴스를 보던 어느 날 아빠 입에서 드디어 ‘하야’라는 말이 나왔다. 나는 최대한 아빠의 변화를 환대했다. “와~ 아빠랑 내 생각이 오랜만에 일치했네! 반가워!” 아빠와의 정치적 견해를 좁히기 어렵다고 판단한 어느 때부터 정신 건강을 위해 집에서는 뉴스를 안 본다. 어쩌다 불가피하게 함께 뉴스를 볼 때면 아빠는 나에게 시비를 걸듯 거친 논평을 쏟아내지만 애써 대응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아빠와 정치적 견해가 달랐던 건 아니다. 사실 아빠는 오랜 민주당 지지자였다. 덕분에 나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 수 있었고, 그 영향을 받아 일찍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되···
[ 1202호ㅣ2016.11.22 ]

그때 “이러시면 안 돼요”라고 말해야 했다
내가 웃어넘긴 수많은 순간들은 세상을 만드는 데 명백하게 기여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여성들을 그렇게 대해도 괜찮다는 확신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이 지면에서 지금껏 나는 ‘일을 못한다는 것’의 긍정적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눈치 없이 툭 불거져 나오는 사람, 덜렁거리는 사람, 시킨 대로 잘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얘기했다. 나는 삶의 대부분을 일을 못하며 살아왔지만, 그게 그렇게 부끄럽지는 않았다. 이 지면을 쓰면서부터는 더욱 그랬다. 일 못해도 괜찮다고, 어쩌면 일을 못하는 나 때문에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도 가끔은 일을 잘한···
[ 1201호ㅣ2016.11.15 ]

임신에 대한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
임신에 대한 권리는 당사자에게 없고 그저 저출산을 해소하기 위해 또는 부모님의 노후를 위하는 도구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사실이 절망적이었다. 요즘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자궁의 권리’에 대한 기사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씁쓸한 웃음을 짓게 된다. 결혼 1~2년 차에는 ‘신혼’이라는 면죄부가 주어져 임신에 관한 주변의 걱정과 비난에서 자유로웠지만 2년 차 이후부터는 그 면죄부가 적용되지 않았다. 나는 그토록 피하고 싶던 ‘임신을 강요하는’ 현실과 직면하게 되었다. 잠정적으로 난 임신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나의 배우자는 그 의견에 80% 동의를 하였다. 우리 부부의 결정을 설득하려···
[ 1200호ㅣ2016.11.08 ]

남성권력의 쩨쩨한 사회에 안녕 고하자
남성권력이 해체되어야만 비남성 존재들에 대한 오해와 차별이 종식될 것임을 안다. 생리휴가 또한 남성권력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여성 노동자의 인권이다. 조물주에 성별이 있다면 그의 성별은 여성이 아닐 거라고,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생리를 속된 말로 지랄 맞게 만들지는 않았을 거라고, 언젠가 조물주를 만나면 괘씸죄로 지옥에 가더라도 그의 뺨따귀를 세게 후려치겠다며 SNS 계정에 적은 적이 있다. 많은 이들이 공감했고, “우리는 생리할 때마다 생명의 탄생과 자신의 실존을 고찰하게 되는 듯” “남자도 지랄 맞게 만든 걸 보면 아마 생식기관이 없을 듯” 등의 인상적인 댓글을 달아주···
[ 1199호ㅣ2016.11.01 ]

우리 사회에 ‘허드슨강의 기적’은 없는가
우리가 현재 가장 잘 하고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책임지지 않는 것’, ‘책임 돌려막기’인가 싶다. 일을 잘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잘못에 책임을 지는 시스템을 바라는 것은 이번 생에서는 바라지 말아야 할 욕심일까? 지인이 ‘설리’를 꼭 보라기에 연예인 그 ‘설리’인 줄 알고 ‘내가 그녀를 왜 봐야 하나’ 혼자 고민했다. 알고 보니, 영화 <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을 보라는 말이었다. 설리(체슬리 설리 설렌버거)는 2009년 1월 15일 샬롯으로 향하기 위해 이륙한 US AIRWAYS 1549편 기장 이름이다. 비행기는 이륙하자마자 새 떼와 충돌하여 엔진이 멈춰 추락 위기···
[ 1198호ㅣ2016.10.25 ]

아플 수가 없게 되어버린 ‘필수인력’
내가 아플 수도 있다는 것은 정리해고에 계산되어 있지 않았다. 이 계산식 안에서 두셋이 해야 할 업무를 혼자 다 맡고 있는 나는 아프면 안 되는 존재다. 어릴 때부터 환절기만 되면, 휴지를 코에 달고 살았다. 올해도 가을 날씨는 변함이 없고, 그저께 출근 준비를 하다가 화장대에 살짝 기대서 재채기를 했다. 재채기를 하자마자 비명을 지르면서 화장대 앞으로 고꾸라졌다. 느닷없이 허리에 격통이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사무직 노동자 대부분이 그렇듯이 나 역시 허리가 썩 건강한 편은 아니었다. 걸핏하면 아팠지만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아픈 건 평생을 두고 처음이었다. 화장대에 엎드려 숨을 헐떡이···
[ 1197호ㅣ2016.10.18 ]

우리의 언어를 언제야 찾을 수 있을까
과거에 외쳤던 그 어떤 구호도 우리 세대의 마음 속에 응어리진 그 무언가를 건드리지 못한다. 우리는 언제 우리의 현실을 바꿀 언어를 찾게 될까? 몇 주 전 한 일간지에 연재물을 쓰던 지인으로부터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을 소재로 글을 쓰려고 하는데 운영자의 관점을 알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어어… 저도 잘 ···
[ 1196호ㅣ2016.10.11 ]

‘장기 백수 18만명’ 시대의 저급한 대책
나처럼 전문가가 아닌 백수도 이제는 ‘일자리 18만개’보다 ‘어떻게 하면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가 노동문제의 더 중요한 의제임을 알겠다. “아 취업하기 싫다.” ‘장기 백수 18만명’ 시대. 장기 백수인 내가 헛소리를 한 까닭은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 그룹 게시물의 추천 다큐멘터리 때문이었다. 다큐멘터리는 9월 11일 방영된 ‘sbs 스페셜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였다. 제목대로 ‘젊은 것’에 대한 얘기다. 20대 중반에서 30대 초입인 신입사원들이자, 성인들임에도 물건처럼 ‘것’으로 불리는 이들의 얘기다. 대한민국에서 취업에 걸리는 기간이 평균 13개월이나 된다···
[ 1195호ㅣ2016.10.04 ]

“왜 며느리가 시댁에 잘 보여야 돼?”
‘일 잘하는 며느리’, ‘예쁜 며느리’, ‘착한 며느리’가 되어야 한다는 압력은 이 젊은 여성들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꼼꼼하게 짓누르고 있는 것 같다. 친구가 SNS에 ‘맏며느리감이라는 오해를 많이 받았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글을 썼다. 나는 발끈해서 너야말로 맏며느리의 진정한 귀감이라고, 모두 널 모범으로 삼아 어떤 며느리가 되어야 하는지 배워야 한다고 했다. 친구는 웃었다. 내 친구는 누나가 셋이나 있는 집의 막내아들에게 시집을 갔다. 막내와 결혼했지만 한국 사회에선 이런 사람을 ‘맏며느리’라고 부른다. 친구의 시댁은 경상도고, 늦둥이 아들은 온 가족의 사랑을 받으···
[ 1194호ㅣ2016.09.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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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열두 번째 대통령
오늘을 생각한다
나의 열두 번째 대통령
1980년대 이후 다시 못 볼 줄 알았던 계엄 포고문이 여러모로 나를 떨게 했다. 계엄이 해제될 때까지 4시간 동안은 두려워서 떨었다. 열 살 먹은 딸이 울고 있는 옆에서 덩달아 울었다. 그땐 그렇게 살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그렇게 산다고 생각하니 치가 떨렸다. 입에 재갈을 물고 살거나 재갈을 풀고 죽거나, 나야 물고 사는 편을 선택하겠지만, 나보다 40년 늦게 태어난 딸이 나와 같은 성장기를 보낸다는 것이 서러웠다. 계엄이 해제되고 광장이 열리자 나는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홀로 광야에 선 듯한 고립감에 떨었다. 광장에 나의 자리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유사한 경험의 축적으로 나는 광장 이후 세상에 일말의 기대도 품지 못하는 비관주의자, 어쩌면 현실주의가 돼 있었다. 응원봉과 K팝, 전에 없던 광장의 미담과 남태령에서 날아든 기적 같은 이야기들로 마음이 녹을 만도 한데, 나만이 서 있는 이 광야에서 그저 먼 나라 소식을 보듯 광장을 관망했다. 4월 4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읽어 내려간 윤석열 파면 결정문을 들으며 잠시 감동했지만, 광장이 닫히고 대선 공간이 열린 순간 두려움은 현실이 됐다. 누구에게는 광장의 연속이겠지만, 나에게는 광야의 확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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