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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과거사
(15)‘이불솜’과 산골 마을의 ‘핏빛 성탄’
문경양민학살어린이위령비에 새겨진 어린이 희생자 명단 /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죽음에서 태어난 아이. 채홍달(1950년생)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조용한 산골 마을을 덮친 ‘학살’의 피바람. 총알은 만삭의 여인도 가리지 않았다. 어머니의 몸을 관통한 총알. 하지만 어머니는 시신 더미 속에서 기적처럼 살아나왔다. 상처에서 계속 뿜어져···
[ 15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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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30 ]
(14)식어버린 ‘생일밥’…‘머리 센 소년들’은 괭이바다가 서럽다
마산형무소터임을 알리는 안내판 /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그때는 할아버지가 살아 계실 땐데, 언젠가는 (아버지가) 돌아올 끼다, 생일날 되거든 밥이라도 한 그릇 떠놓고 기다려보자…. 그렇게 ‘살아 있다’ 하는 희망만 가지고 살다가….”(경남 창녕군 보도연맹 학살사건 유족 노원렬 인터뷰, 유튜브 <다큐몹> 2023. 6. 8.) ···
[ 15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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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8 ]
(13)‘비석 파편’이 품은 그해 여름
5·16 군사정권이 파괴한 ‘백조일손지지’ 위령비 조각을 담아놓은 보관함 / 전호일 제공 조각난 돌무더기가 들어 있는 유리함.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한자’가 새겨진 돌덩이들도 보인다. 오른쪽에는 멀쩡한 모습의 위령비가 서 있고, 유리함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5·16군사정권에 의해 파괴된 ‘百祖一孫之地(백조일손지지)’···
[ 15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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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4 ]
(12)또렷한 ‘은반지’와 서산 부역혐의자 학살
충남 서산시 봉화산 교통호 ‘서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해발굴 현장에서 은반지가 발견됐다. /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세월이 흘렀지만, 그 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7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비록 그 옛날의 반짝임은 사라졌지만, 흙도 아니고 ‘뼈’도 아닌 빛깔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은반지. 어느 집 여인이었을까. 상···
[ 15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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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7 ]
(11)‘출석부’ 속 결석 학생이 ‘간첩교사’ 증언했다고?
1989년 7월 25일에 열린 강성호 교사의 재판을 보도한 신문기사. 당시 강 교사는 법정에 들어서면서 손바닥을 펼쳐 ‘진실·승리’라는 글자를 내보였다. / ⓒ진실탐사그룹 셜록 ‘출석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출석부를 본 경찰과 검찰도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른 체했다. 그들이 원한 건 진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 15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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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2 ]
(10)코발트광산 ‘도장’에 적힌 3500개 이름 중 하나
단서는 도장 하나, 이름 석 자뿐이었다. 이름 박봉우(朴奉羽). 아마도 대구나 경북 경산, 청도 어딘가에 살던 사람. 그리고 1950년 여름 갑자기 사라져 영영 아무도 본 적이 없는 사람. 그를 기억하는 사람을 찾아야 했다. 비극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열쇠가 거기 있었다. 민간인 학살 사건이 발생한 경남 경산 코발트광산 갱도를 진···
[ 15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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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8 ]
(9)환영 대신 ‘장작’ 매질…이 어부들에게 국가란
1972년 강원 속초시청 앞 어느 여관. 방 입구에는 참나무 장작개비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아직 여름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9월. 겨울이었다 한들 군불을 지필 리도 없는 여관방에 장작이 왜 있을까. 여닫이문을 열고 방에 들어서자마자, 그 많은 장작의 용도를 알게 됐다. 2009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당시 남측 노순호씨가 납북어···
[ 15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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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0 ]
(8)‘쌀’을 달라… 가창골에 묻힌 외침
대구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에 들어선 민간인 희생자 추모 위령탑 / 대구시 제공 “배고파 못 살겠다! 쌀을 달라!” 대구부청(지금의 대구시청) 앞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소리쳤다. 그중에는 여성과 어린이들도 있었다. 1946년 초부터 이어진 이 처절한 행렬에는 ‘기아(飢餓)시위’ 또는 ‘기민(飢民)시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쌀을···
[ 15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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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
(7)‘방패연’ 타고 날고팠던 선감도 소년들
그 섬의 작은 나루터는 내게 ‘바람’으로 기억된다. 지난해 이맘때였다. 초겨울 바다에서 불어오는 날쌘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날리게 했던 날. 방패연 하나 하늘로 줄을 풀어놓는다면 훨훨 잘도 날겠다 싶은 바람이었다. 하지만 40년 전 섬에 살던 소년들에게 그 바람은 그렇게 낭만적으로 기억되지 못했다. 이제는 노인이 돼버린 소년의 몸이 덜덜 떨···
[ 1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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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6 ]
(6)보도연맹 학살과 ‘고무신’···애도에 자격이 필요한가
2007년 충북 청원군 ‘분터골’ 유해발굴 현장. 57년 만에 땅 위로 나온 고무신 한짝에 사람들의 눈길이 집중됐다. 밑창에 선명하게 찍힌 세 글자 ‘大同江(대동강)’. 고무신의 상표였다. 이 상표를 추적하면, 57년 전 이 고무신을 신고 분터골까지 와서 이곳에 삶의 마지막 발자국을 남긴 ‘그 사람’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 터였다.···
[ 1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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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8 ]
(5)국수 먹다 끌려간 삼청교육대···영겁 같은 ‘3년 18일’
스무 살 임철원(가명)은 마산시외버스터미널 앞 포장마차에서 국수를 먹고 있었다. 터미널을 오가는 승객들에게 신문과 잡지를 파는 청년이었다. 그날도 포장마차에서 국수로 한끼 식사를 때우려는 그때, 갑자기 누군가 그의 팔을 낚아챘다. 경찰관들이었다. 조교가 지켜보는 가운데 두 팔로 통나무를 받쳐들고 훈련을 받고 있는 삼청교육대 피해자들 ···
[ 15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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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31 ]
(4)태극기 휘날리던 피란선, 미군은 왜 폭격했을까
“당시 배를 보니 배 위에 태극기를 그려놓았어요. 태극기가 그려진 배를 때리니까(폭격하니까) 적 비행기인 줄 알았는데, 직접 보니까 호주기(미군기)였습니다. 왜 태극기 그려진 배를 때렸는지 지금도 모르겠어요.”(<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2010년 상반기 조사보고서> 중 ‘호남지역 미군 관련 희생 사건’ 조사보고서) 전남 여수시···
[ 14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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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3 ]
(3)다시는 펼쳐보지 못한 그날의 교과서
교과서
황해도 용연읍 용정리 바닷가 외딴집. 일찍이 아버지를 여읜 김주삼은 어머니와 동생 4명과 함께 살고 있었다. 동급생들보다 나이는 많았지만 용정제1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읍내 병원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는 밤늦게까지 일하는 날이 많았다. 1956년 10월···
[ 1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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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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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2판4판
연일 쌓여만 가는 폭설
주간 舌전
김건희 고모, 한동훈에 ‘벼락 맞을 집안’ 비난
오늘을 생각한다
기후정책 비교한 게 죄인가
본래 정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한다. 그런 고귀한 단어가 ‘정치질’이라고 폄하되며, 선동·분탕의 의미로 쓰일 만큼 현실 정치는 오염됐지만, 여전히 이 사회를 잘 지탱해 보고자 하는 시민들은 다시 한번 정치에 희망을 건다. 지난 총선은 우리 시대 가장 주요한 사회 문제가 된 기후위기를 정치로 해결해보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던 선거였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자신을 기후 유권자로 규정한 사람들이 더 많은 기후 유권자를 결집하고 후보자에게 기후정책을 요구했다. 대한민국에서도 이제 기후는 과학이나 환경의 영역이 아닌 정책과 정치의 문제로 논의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