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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다솔의 기지개 켜기
(31)오피스 샤워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내 샤워의 준비물은 미국 드라마 <오피스>다. 나는 매일 샤워를 할 때마다 미국 드라마 <오피스>를 본다. 그것은 거의 정해진 의식 행위에 가깝다. 휴대전화를 쥐고, 화장실에 간다. <오피스>를 틀고, 샤워기를 튼다. 어느 날은 무작정 샤워기를 틀고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생각했다. ···
[ 15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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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3 ]
(30)앞집 언니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요즘 나는 앞집 언니가 있는 삶을 살고 있다. 그것은 이런 일들을 가능하게 한다. 저녁에 렌즈를 끼던 도중에 실수로 한쪽을 잃어버렸다. 분명 눈에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 사라지고 없었다. 자리에서 꼼짝도 안 하고 그 작고 투명한 것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한참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 불현듯 어딘가···
[ 15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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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6 ]
(29)모임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지금 이곳은 구름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습니다. 물기를 가득 머금고 뿜지 않고 있어요. 숱 많은 머리를 축 늘어뜨린 근사한 버드나무 아래 앉았어요. 짙은 녹색의 머리칼 사이로 작은 빗방울들이 툭툭 나를 건드립니다. 잔잔히 흐르는 강이 내다보이는 정자로 자리를 옮기며 모임은 시작됩니다. 들이치는 비를 맞으며 자신의···
[ 15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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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1 ]
(28)인천 기행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다음 버스까지는 18분이 남았다. 버스 배차간격을 확인하는 일은 서울에 살게 된 이후로 없어진 습관이다. 나는 다른 버스를 고른다. 일단 타고, 도착하면 방법은 얼마든 있을 거였다. 그 동네라면 훤했으니까. 인천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일은 10년 만이다. 그곳으로 향하는 버스는 모두 빨간색이다. 빨간색 버스···
[ 15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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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4 ]
(27)친구에 대해 쓰면서 친구에 대해 쓰지 않기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얼마 전 내가 <아무튼, 친구>라는 책을 출간했을 때 친구들이 물었다. “내 얘기도 썼지?” 나는 웃을 뿐 대답할 수 없었다. 작가인 친구가 친구를 주제로 책을 썼으니 그중 한 편쯤은 등장했으리라 기대하는 건 흔한 일이다. 물론 원고를 쓸 때마다 애틋한 얼굴들이 눈앞을 둥둥 떠다녔다. 언제든 전화를 걸어 맛있는···
[ 15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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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
(26)목욕 일지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온탕에 발을 담그고 있는데 탕 저편에 있던 아주머니가 손을 번쩍 들며 외친다. “유진씨! 나 얼음 맥주 하나만!” 그러자 저 멀리 탕 입구로 들어오던 한 사람이 “얼음 맥주요?”라고 소리쳐 되묻는다. 아줌마는 다시 “나 오늘 다리가 아파서!”라고 외친다. 그들의 목소리가 목욕탕의 천장을 따라 둥글게 메아리친다.···
[ 15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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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7 ]
(25)하수도가 터지면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유난히 터지는 게 많은 여름이었다. 잘하던 연애가 터지고 일 때문에 복장이 터졌다. 엄마와 싸우느라고 박이 터졌다. 그러다가 하수도까지 터졌다. 아주 사이좋게 다 터지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빌라 반장님이 말했다. 그 집에서 설거지 한 번만 해도 지하 집에 물웅덩이가 생겨요. 나는 마포구에 있는 지은 지 3···
[ 15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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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3 ]
(24)글쓰기 강연 요청을 받고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서울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강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주제는 무려 글쓰기와 독서의 중요성이었다. 학교는 소위 강남 8학군이라고 불리는 곳에 있었고, 청중은 남자 고등학교 2학년생 400명이었으며, 대부분이 이과를 지망한다고 했다. 들을수록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점차 확신으···
[ 15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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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2 ]
(23)첫 직장은 시민단체
첫 직장은 시민단체를 추천한다. 경험에서 우러난 말이다. 내가 몸담은 시민단체의 구성은 기괴하고 심플했다. 고문단과 이사장 그리고 유일한 실무자인 내가 있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수십 개의 머리를 가진 단 하나의 몸통이었다. 이사장이 그런 식으로 만든 시민단체 몇 개가 같은 사무실에 모여 있었는데, 그러니까 머리가 여러 개 달린 직원 몇몇···
[ 15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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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9 ]
(22)어떤 알바생의 꿈과 현실
처음 자취를 했던 곳은 상가 건물의 꼭대기 층으로, 매일 지상철 소리가 들렸다. 창문을 열면 기차가 지나가는 게 보였다. 철로를 따라 걸으면 역사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게 낭만처럼 느껴졌다. 그 집에 살 때 처음으로 휴학계를 냈다. 아빠가 집을 떠나고, 엄마는 병원에 입원하고, 나는 등록금을 낼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직서를 내듯···
[ 15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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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5 ]
(21)수상한 여자
‘깜박했어ㅛㅇ!!!’ 자음과 모음이 제 갈 길을 가는 주홍색 말풍선. 그는 물건을 역 보관소에 맡겨달라 했다. 나는 받을 돈만 있지 낼 돈은 없었다. “저… 지갑이 없어 그러는데….” 사람들은 들은 척도 않고 지나쳤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나는 오늘 지하철역에 가야 했다. 거기까지는 걸어서 7분 거리였다. 준비할 ···
[ 15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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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4 ]
(20)태양에 대한 통화기록
울적함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밀려오는 순간에 나는 때로 엄마에게 전화한다. 그것은 일요일 오후 4시쯤에 일어나는 일이다. 정점에 달한 오후의 햇살 안에서, 나는 더 이상 나에게 우울함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청소를 마친 집 안은 깨끗했고, 방금 요리한 음식들로 배가 불렀다. 포만감과 온기로 내 몸은 흐드러지고 있었다. ···
[ 15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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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
(19)소공녀 뷰티랩
세 사람이 테이블에 앉아 말이 없다. 살벌한 긴장감이 흐른다. 내가 먼저 입을 연다. “기립하십시오.” 몸을 일으키는 세 사람의 얼굴엔 각각 어둠, 설렘, 결연함이 서려 있다. 세 사람은 삼각형으로 서서 어깨동무를 한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정수리를 붙인 채 일제히 땅을 바라본다. 이어서 내가 구호한다. “하나, 둘, 셋.” 동시에 외친다···
[ 15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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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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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고모, 한동훈에 ‘벼락 맞을 집안’ 비난
오늘을 생각한다
기후정책 비교한 게 죄인가
본래 정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한다. 그런 고귀한 단어가 ‘정치질’이라고 폄하되며, 선동·분탕의 의미로 쓰일 만큼 현실 정치는 오염됐지만, 여전히 이 사회를 잘 지탱해 보고자 하는 시민들은 다시 한번 정치에 희망을 건다. 지난 총선은 우리 시대 가장 주요한 사회 문제가 된 기후위기를 정치로 해결해보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던 선거였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자신을 기후 유권자로 규정한 사람들이 더 많은 기후 유권자를 결집하고 후보자에게 기후정책을 요구했다. 대한민국에서도 이제 기후는 과학이나 환경의 영역이 아닌 정책과 정치의 문제로 논의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