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앙을 팔아넘기는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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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의 지리학

로리 파슨스 지음·추선영 옮김·오월의봄·1만9800원

[신간] 기후재앙을 팔아넘기는 위선

표지 사진은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 해변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옷 쓰레기 모습이다. 세계적인 공급망을 구축한 ‘패스트패션’ 기업들이 생산한 옷들이 이렇게 한 지역을 오염시킨다. 패스트패션 기업의 옷을 저렴하게 구입해 입는 사람들, 거기서 이익을 얻는 기업들은 이 장소로부터 ‘지리적’으로 먼 곳에 있다.

기후변화와 연관된 불평등·노동환경 등을 연구하는 저자는 다국적 기업들이 가난한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환경오염과 기후붕괴를 함께 팔아넘겼다고 지적한다. 부유한 국가들은 자국 내 ‘탄소 감축’ 성과를 내놓는데 실상은 가난한 나라로 ‘탄소 생산’을 밀어냈을 뿐이다. 저자는 전 세계 공급망 안에서 ‘지속가능성’이 있는 ‘친환경 제품’은 왜 허상일 수밖에 없는지, 그 안의 피해는 얼마나 불평등하게 일어나는지 파헤친다.

저자는 캄보디아 벽돌공장·의류공장에서 현장 연구를 진행했다. 이곳 노동자들의 삶을 전한다. 기후 문제를 통계나 이미지로 이해하는 것에서, 개인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으로 나아가길 촉구한다.

불확실한 걸 못 견디는 사람들

아리 크루글란스키 지음·정미나 옮김·알에이치코리아·2만원

[신간] 기후재앙을 팔아넘기는 위선

자신의 진로나 주식시장, 국제 정세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고 싶어하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신하기 어려운 세계에 살고 있다. 대부분이 그러한데 그중에서도 유독 ‘불확실성’을 없애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저자는 이를 ‘종결 욕구’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는 유럽 일부 젊은 층의 백인우월주의·극단주의 활동도 이 종결 욕구의 결과로 본다. 이 책에서는 불확실성에 대한 인간의 반응이 어떻게 다른지, 종결 욕구가 개인의 삶이나 사회, 정치에 미친 영향 등을 다룬다. 불확실성을 다루는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한국인의 기원

박정재 지음·바다출판사·2만4800원

[신간] 기후재앙을 팔아넘기는 위선

박정재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가 고고학, 역사학, 언어학 연구 등에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통합해 한국인의 뿌리를 설명한다. 아프리카에서 한반도까지 이동한 인류에서 기후난민으로서 한반도에 정착한 한국인의 기원을 추적한다.

유행과 전통 사이, 서울 패션 이야기

임은혁 외 지음·시대의창·1만8800원

[신간] 기후재앙을 팔아넘기는 위선

이 책은 ‘패션’의 관점으로 서울을 분석한다. 종로, 동대문, 명동, 이태원, 성수동 등 패션의 중심지별로 각기 다른 패션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시대별로 사회적 분위기, 산업의 흥망성쇠, 소비문화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일곱채의 빈집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엄지영 옮김·창비·1만5000원

[신간] 기후재앙을 팔아넘기는 위선

세 차례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스페인어권 문학의 ‘젊은 거장’이라 불리는 사만타 슈웨블린의 단편 7편을 묶었다. 모두 ‘집’을 소재로 하며 반전과 공포, 긴장감이 감도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2022년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 수상작이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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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