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처리 노동자’라는 낙인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이대로 괜찮으시겠어요?” 지난 7월 26일 오후 지하 쓰레기 처리장의 노동환경을 취재하기 위해 경기 하남시 유니온파크에 방문했을 때였다. 평상복 차림에 샌들을 신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왔다는 기자에게 노동조합 관계자가 말했다. 뭐가 어떻길래 괜찮냐는 걸까, 그때까지도 미처 몰랐다.

되는 대로 1급 방진마스크, 헬멧, 작업용 신발을 빌려 착용하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으로 들어갔다. 지하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깜짝 놀랐다. 어떻게 말로 표현 못 할, 생전 처음 맡아보는 냄새가 코에 확 끼쳤다. 저장조(호퍼) 안쪽을 보니 온갖 음식물이 마구 뒤섞여 쌓여 있었다. 한여름 가정집에서 과일 껍질만 몇 시간 둬도 날파리가 꼬이고 냄새가 나는데, 수십만·수백만명이 배출한 음식물 쓰레기가 모이는 이곳에서 악취가 심한 것은 당연했다. 잠깐 숨을 참는다고 맡지 않을 수 있는 냄새가 아니었다. 쓰레기 처리장의 노동자들은 길게는 하루 12시간을 일한다. 한 노동자는 “몇 년을 근무해도 지하의 악취가 적응되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는 처리장을 나온 뒤에도 끝나지 않았다. 처리장의 냄새가 머리, 옷, 가방 등에 잔뜩 밴 것이다. 탈취제를 전신에 10번 넘게 뿌리고 시간이 꽤 흘러도 냄새는 계속 났다. 버스와 지하철을 타도 될까 고민하다 어쩔 수 없이 탔다. 최대한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 섰다. 그런데도 계속 신경이 쓰였다. 내게서 냄새가 나는지 자꾸 맡아보고, 사람들이 냄새를 맡고 불쾌해하진 않을까 눈치를 살폈다. 그때 느꼈다. 쓰레기 처리장의 노동환경 문제는 단순히 ‘일하는 공간의 열악함’ 차원을 넘어선다고. 냄새는 냄새로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과의 관계, 사회 속에서의 위치를 결정 짓는다. 혐오시설이라는 사회적 낙인은 목소리를 내려는 그 안의 노동자들을 위축시킨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산하 전북노동정책연구원의 ‘전주리싸이클링타운 노동조건 실태조사’에서도 한 노동자는 이런 말을 했다. “아내와 아이들이 하는 말은 그거예요. ‘항상 아빠 회사 갔다 오면 안 좋은 냄새 나요’ 그게 제일 힘들죠. (…) 퇴근 후 거의 매일 사우나를 가거든요. 땀을 흘리고 나서부터는 냄새가 안 난다고 하더라고요. 냄새가 굉장히 심해요. 회사 끝나고 어디 가더라도 사람들이 근처에 오면 제가 먼저 피하게 돼요.” 기자도 아무도 만나지 않고 곧바로 집에 온 뒤 샤워를 하고 옷, 가방 등을 모두 세탁했다. 그제야 냄새가 사라졌다.

이혜리 기자

이혜리 기자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취재 후바로가기

이미지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