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시대 열었지만···인상률은 고작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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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제11차 전원회의가 끝난 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제11차 전원회의가 끝난 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보다 1.7% 올라 사상 처음으로 1만원을 넘었다. 월급 기준으로는 209만6270원(월 209시간 근무 기준)이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노·사·공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1차 전원회의를 열고 투표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

노동계가 제시한 최종한 1만120원과 경영계가 제시한 최종안 1만30원을 투표에 부친 결과 경영계 안이 14표, 노동계 안이 9표를 받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민주노총 측 노동자위원 4명이 불참하면서 투표에는 23명만 참여했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공익위원 9명 중 4명은 노동계 안에, 5명은 경영계 안에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 열었지만···인상률은 고작 1.7%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긴 것은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37년 만이다. 그러나 인상률 1.7%는 2021년 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작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지난 11일 오후 3시부터 마라톤 회의를 벌였다. 2∼4차 수정안이 잇따라 나왔지만 4차안의 노사 격차도 900원에 달했고, 결국 노사 위원들의 요청으로 공익위원들이 ‘1만∼1만290원’의 심의 촉진구간을 제시했다.

노사 위원들은 논의 끝에 각각 최종안을 내놨고, 표결을 거쳐 경영계 안이 내년도 최저임금이 됐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측 의원들은 공익위원의 심의 촉진구간이 터무니없다며 투표를 거부하고 회의장을 나왔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한다. 노동부는 오는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하며,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제한된 조건 속에서 결정된 시급”이라며 “아쉬운 결정임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또 “본격 심의 전부터 업종별 차별 적용 주장, 사용자 편향적 공익위원 임명 등 비정상적 구성 속에서 대단히 제한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한국노총은 저임금 노동자 임금 인상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표결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전호일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공익위원의 심의 촉진 구간은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할뿐더러 근거가 빈약한 제시안”이라며 “논의를 무력화하는 공익위원의 ‘답정너’ 권고안을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최저임금 동결이라는 기만적인 최초 요구안부터 최종안도 고작 1.7%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을 우롱한 사용자 위원들에게 깊은 분노를 표한다”며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 모든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위한 투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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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역경루
오늘을 생각한다
용산의 역경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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