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해킹
문호진, 단요 지음·창비·2만3000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시행된 지 올해로 31년째. 어느 때라고 관심이 적었겠느냐 마는, 최근엔 내내 화두다. ‘킬러 문항’이나 ‘사교육 카르텔’이 개혁 대상으로 호명되는가 하면 학원가 스타 강사가 연예인처럼 인기를 모은다. 의대 정원 확대 관련 뉴스가 이어질 때마다 입시판도 들썩인다. 수능은 도입 목적에서 변질한 지 오래고 최근엔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수능 출제방식이 고도화할수록 수험생들이 대형학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도 공고해졌는데, 저자들은 수능에 대처해온 사교육계의 작업을 ‘수능 해킹’이라 부른다. 수능의 진화가 공교육과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실전 모의고사 문제 출제가 어떻게 문화이자 산업으로 자리 잡았는지 과정도 담겼다. 현재 의사로 일하는 문호진과 SF소설 작가인 단요는 사설 모의고사 문제를 내본 경험자들이다. 수험생, N수생, 학원 강사, 조교, 교사 등을 두루 인터뷰해 ‘수능의 실질’을 파헤쳤다. 저자들은 수능이 그 자체로 폐단일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미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지적한다.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김원영 지음·문학동네·1만9000원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의 저자인 김원영 변호사는 장애인 차별을 비판하고 정치적 주체로서 이들의 평등을 주장해왔으면서도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긍정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이 책을 관통하는 질문은 ‘아름다워질 기회의 평등은 모두에게 허락되는가’이다. 김원영은 10여 년 전 무대에 올라 몸을 움직이면서 “가장 생생한 내가 되는 경험”을 한다. 몸을 숨기기보다 드러내는 과정에서 몸에 깃든 ‘힘’을 인식했으며, 그 이후 더 이상 몸을 비장애인처럼 위장하지 않게 됐다고 말한다. 김원영은 장애가 있는 몸을 타자화했던 무대나 춤을 비판적으로 바라면서도 그 무대에 섰던 이들이 주체가 된 경험, 그들의 긍지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제국은 왜 무너지는가
피터 헤더, 존 래플리 지음·이성민 옮김·동아시아·1만8000원
역사학자·정치철학자인 저자들은 최신 고고학 연구를 바탕으로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를 반박한다. 로마가 경제적으로 서서히 몰락한 것이 아니라 몰락 직전 세기까지 번성했다고 주장한다. 로마 쇠망사를 미국을 비롯한 현재 서구 정치경제사와 비교하며 위기를 경고한다.
퀸의 대각선 1·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전미연 옮김·열린책들·각권 1만6800원
개인의 뛰어난 역량이 인류 진보의 원동력이라 믿는 모나카, 함께 뭉친 집단이 역사를 움직인다고 믿는 니콜. 소설은 천재적 두 여성이 국제정치 무대에서 격돌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체스 게임을 하듯, 두 인물의 두뇌 대결이 펼쳐진다.
감수성 수업
정여울 지음·김영사·1만7000원
문학평론가인 정여울 작가가 20년 글쓰기 인생을 지탱해준 감수성 훈련법을 전수한다. 어떤 낱말, 장소, 사물, 사람에 대해서 작가의 감상을 읽을 수 있다. 작가는 풍부한 감수성은 ‘잘 느끼고 깨닫는 능력’뿐만 아니라 ‘행동하고 살아가는 능력’까지 확장한다고 말한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