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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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운전 부추긴 배달플랫폼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박정훈 지음·한겨레출판·1만7000원

[신간]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外

근로복지공단 집계에서 지난해 산재신청이 가장 많았던 기업은 배달플랫폼인 ‘배달의민족’이 속한 ‘우아한청년들’이었다. 건설, 중공업, 제조업 등 산재 발생이 빈번한 산업현장을 제치고 플랫폼 기업이 산재신청 1위를 기록한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저자는 일명 ‘라이더’로 불리는 배달노동자들의 사고를 통해 플랫폼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봤다.

대부분 배달노동자 사고의 원인이 난폭운전과 신호위반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초보 노동자들이 더 많은 사고를 겪는다. 근로복지공단 조사에선 2016~2018년 27명의 청년이 배달 중 사망했다. 이중 3명이 첫 출근날에, 3명은 그 이튿날에, 6명은 출근 보름 안에 사망했다. 계절과 날씨, 차량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도로 여건이나 오토바이 운전 미숙이 불러오는 사고가 많다.

저자는 반복되는 배달노동자 사고의 근원에는 이윤 추구를 위해 노동자 간 경쟁을 부추기는 배달플랫폼이 있다고 지적한다. 플랫폼들은 배달 가능 건수를 늘리기 위해 “배달 경험이 없어도 쉽게 가능”이라고 선전하며 초보 배달노동자를 무한 모집한다. 실시간으로 배달료를 변동시켜 노동자 스스로 노동조건을 통제하기 어렵게 만든다. 예컨대 비나 눈이 오는 날 높은 배달료를 지급하거나, “일주일에 275건 이상 배달 시 65만원 지급” 등의 프로모션을 통해서다.

배달플랫폼이 배달노동을 외주화하며 과거 기업들이 짊어졌던 책임들을 노동자 개인에게 떠넘겼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에 대한 배달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올바르게 따져 묻는 게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다. 구체적인 해법으로는 적정 소득을 보장하는 임금체계 도입, 이륜자동차 면허·관리체계 정비, 배달노동자 노조 설립을 위한 노조법 개정 등을 제안한다.

▲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
스페퍼니 프레스턴 지음·허성심 옮김 알레·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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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매 순간 다정함(이타성)이 이끄는 대로 타인을 돕는다. 정작 그 원인과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 이타주의가 언제, 그리고 어떻게, 왜 작동하는지, 이타성은 타고나는 것인지, 인간만의 전유물인지 등을 탐구한다.

▲수령, 독재의 정석
한병진 지음·곰출판·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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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인 북한을 ‘수령’과 ‘엘리트’로 분해해 비교정치적으로 분석한다. 북한을 이해하려면 변동성에 주목할 게 아니라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심리·역사학 등으로 북한의 수령 체제를 파헤친다.

▲이차전지 승자의 조건
정경윤 외 지음·길벗·1만9800원

[신간]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外

반도체에 이어 향후 글로벌 40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이차전지 시장에 대한 종합 보고서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과 완성차 업체의 전략부터 원자재 전쟁, 이차전지 업체 간 경쟁과 합종연횡에 이르기까지 관련 산업생태계 전반을 조망한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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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