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추위에도 ‘꺾이지 않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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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영하 추위에도 ‘꺾이지 않는 마음’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카타르월드컵 16강전이 열린 12월 6일 새벽. 영하 3도의 날씨에 눈발까지 흩날렸던 서울 광화문광장은 ‘붉은 악마’ 머리띠의 불빛으로 가득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16강전에 진출한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최대 3만3000여명(서울시 추산)의 시민은 새벽 추위도 잊었다.

경기 시작 5시간 전부터 시민들은 광장에 설치된 5개의 대형 스크린 앞에 자리를 잡고 거리응원을 펼쳤다. 상대팀 브라질(FIFA 랭킹 1위)의 벽은 역시 높았다. 전반에만 4골을 허용했다. 후반에 접어들며 거세진 눈발 속에 응원 열기가 더욱 달아올랐다. 후반 31분 백승호의 만회 골이 터지자,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오~ 필승 코리아~!”를 목놓아 불렀다. 이어 두 손 모아 “한 골 더”를 간절히 외쳤다. 경기는 추가 득점 없이 종료됐다. 8강 진출은 좌절됐지만,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한 대표팀 선수들을 격려했다.

사상 초유의 겨울 월드컵이었다. 영하의 추위에도 광화문광장은 뜨거웠다. ‘꺾이지 않는 마음’을 선물해준 태극전사들 덕분에 행복했다.

<사진·글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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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