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사 2층 기자실은 왜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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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압수수색하러 쳐들어오고 있어요.” 민주당 당직자로부터 ‘긴급 취재요청 전화’를 받은 건 국회도서관 1층 커피숍에서 취재원을 만나고 있을 때였습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취재원이 휴대전화로 포털뉴스를 검색했습니다. “‘민주당사’로 검색해보니 최근 기사로 잡히는 건 지난주 기자님 기사밖에 없는데요.”

[취재 후]민주당사 2층 기자실은 왜 사라졌을까

매일 정치뉴스가 쏟아지지만, 여의도에 자리 잡은 민주당 중앙당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당원존 마련을 계기로 ‘당심이냐 민심이냐’와 같은 해묵은 논쟁을 되돌아봤습니다. 민주당 당원존은 중앙당사 2층에 마련돼 있습니다. ‘정당생활 20년차’라는 남영희 민주당 당원존 소통관장은 그곳이 과거 프레스룸, 그러니까 기자실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대선 기간에도 기자실로 사용되지 않았냐고 반문하면서. 확실히 2016년 민주당이 이 건물을 매입하면서 나온 기사들을 보면 2층은 기자실 용도로 사용할 것이며, “미디어친화적 정당이 되겠다”는 다짐이 나옵니다. 그런데 2016년 이후에 당사를 출입하면서도 2층에 마련돼 있다는 기자실을 이용해본 경험이 없습니다(주로 이용한 곳은 10층 옥상에 마련돼 있는 흡연공간이었습니다).

솔직히 2층에 프레스룸이 있었는지조차 잘 모르겠습니다. 당사를 출입하는 일반적인 행태는 입구 경비실에서 사전 약속 사실을 확인받은 뒤 오늘날의 민주당을 있게 한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흉상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약속장소로 직행하는 형태였으니까요. 남 위원장에게 물었습니다. “기자실 대신 당원존을 만든 게 맞다면 기존에 기자실을 이용하던 사람들은 어떻게 해요?” 그는 “기자들은 국회 안 소통관을 이용하면 되지 않느냐”라며 “원외 위원장들도 기자회견을 할 때는 소통관에 가서 한다”고 답했습니다. 정당과 국민 사이의 소통을 매개하는 문자 그대로 ‘언론매체’ 없이 직접 소통을 강화한다는 건데 글쎄요. 2017년 이후 대부분을 집권당으로 보낸 민주당에서 “당론과 다르더라도 자기 소신을 밝히는 정치인이 드물어졌다”는 평가가 중첩되어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월 19일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 시도에 대해 “국정감사 기간에 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은 초유의 일”이라고 했습니다. 20일 의원총회에서는 “이 땅의 정치는 죽었다. 협치는 끝났다”고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여의도가 정치적 격랑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는 형국입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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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