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공적 역할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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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이 우편물만 배송하는 시대는 지났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우체국의 공적 역할에도 고민이 따른다. 우체국이 변화를 모색한 결과 여러 공적 서비스나 상품이 등장했다.

우체국 ‘초록별 정기예금’ 포스터 / 우정사업본부

우체국 ‘초록별 정기예금’ 포스터 / 우정사업본부

지금까지 우체국은 다문화 가정의 이주민이나 이주노동자가 국제특급우편을 보낼 때 할인된 요금을 제공해왔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정부가 임산부에게 제공하는 엽산 등을 비대면으로 배송했다. 우체국은 ‘만원의 행복 보험’을 운영해 저소득층의 공익보험 가입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 보험은 입원 혹은 수술을 하면 정액을 지원한다. 만기가 되면 계약자 부담 보험료를 돌려준다. 공익보험가입자가 2020년 기준 저소득층 174만명 중 2%인 약 4만명에 불과한 점을 고려해 나온 상품이다.

우체국이 최근 내놓은 상품에도 지향하는 가치가 담겨 있다. 우체국은 지난 3월 28일 1년 만기 ‘초록별사랑 정기예금’을 선보였다.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백혈병 어린이를 위한 기부에 동참하면 최대 0.6%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100만원 이상 최대 5000만원까지 1인 1계좌 가입할 수 있는데, 기본금리 연 1.4%에 우대금리 연 0.6%를 적용해 최고 연 2.0% 금리를 제공한다.

탄소중립 실천포인트 가입확인서 제출, 가입 시 1000원 이상 기부(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종이통장 미발행, 환경지킴서약에 동참하면 우대금리도 제공한다. 탄소중립 실천포인트 홈페이지(cpoint.or.kr/netzero)에서 가입과 확인서 발급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우체국의 역할을 토론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우정사업본부와 사단법인 선진우정포럼은 지난 3월 28일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토론회를 열어 우체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적 역할 강화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우체국의 공공배달, 공적전달체계 필요성 확대 등이 한 예다. 우체국은 읍·면·동까지 네트워크를 갖췄다. 집배원은 읍·면·동 단위에서 움직인다. 토론회에서는 “집배원 전달체계 인프라를 활용해 보편적 서비스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토론회 발제에 나선 한국능률협회는 우체국을 통해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별로 분산돼 있는 복지전달체계를 통합할 수 있다고 봤다. 협회는 ‘전달체계 인프라를 활용해 신뢰도 높은 대민 서비스 제공’을 미래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사회안전망으로의 역할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 서비스망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협회는 ‘일선 현장에서 복지전달 업무를 수행하는 사회복지공무원으로서 집배원의 기능과 역할 강화’라는 의견도 내놨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까지 할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협회가 제시한 안은 집배원의 기존 배송 노동강도의 조정 혹은 축소 등이 뒷받침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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