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더 밝게 빛나는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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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어둠 속에서 더 밝게 빛나는 불빛

도심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란 쉽지 않습니다. 연말 거리를 밝게 물들이는 전등과 트리 장식은 잿빛 도심에서 계절을 만날 수 있는 풍경 중 하나지만, 몹쓸 역병이 휩쓴 2021년에는 이조차 허락되지 못했습니다.

힘든 한해였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을 볼 수 있으리란 기대는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경험하지 못한 낯선 숫자들은 일상이 됐습니다.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다음 계절은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한 계절을 보냈지만, 다음 계절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올해 청계천에는 제법 근사한 트리가 마련됐습니다. 지난 12월 15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제7회 겨울, 청계천의 빛’을 위해 설치된 트리는 밝은 빛을 뽐내고 있습니다. 트리에는 마스크를 낀 요정들과 산타들이 앉아 사람들을 맞이합니다. 화려한 불빛을 렌즈에 담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마스크 사이로 새어 나오곤 합니다. 어둠 속에서 더 밝게 빛나는 불빛처럼 다음 계절에는 가장 밝게 빛나는 웃음을 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사진·글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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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