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과 이만희 악수’ 가짜뉴스는 어떻게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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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서 악수하는 사람이 이만희입니다.” 지난 3월 3일 유튜브채널 ‘가로

세로연구소(가세연)’에서 한 장의 사진을 제시했다. 이 연구소의 김용호 연예부장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천지일보> 기사이니 틀릴 수 없어요. 문재인이 저거 자기 아니라고 할 수 없겠죠?” 오른쪽에서 악수하는 사람, 문재인 대통령 맞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0회 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 참석 장면이다.(사진) 그런데 옆의 인물,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맞나?

천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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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튜브 방송은 그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이 방송의 김세의 대표나 강용석 대표가 옆에서 야유하면서 추임새를 넣는다. “어유~, 양손 잡고 아주 반갑게.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하고 인사하고 있는 것 아녜요.” 김 부장은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저 사진 이전부터 찾아놓고 있는데, 안 찾아놨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가세연 측이 ‘큰일’이라고 하는 것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박근혜 청와대 시계를 차고 나온 것이 알려지면서 신천지와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현 미래통합당의 전신 새누리당의 관계가 새삼 주목받는 것을 말한다. 문재인도 이만희와 만났고, 잘 아는 사이로 보이니 피장파장이라는 것이다.

사진을 찍은 유영선 기자에게 링크를 건네고 확인을 부탁했다. “…확인했는데 이만희 총회장 아닌데요. 과거 그런 사진을 찍은 기억이 없는데 그런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사진 유포 경위를 찾아보면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코로나바이러스 갤러리에 “이만희+문재인 떴다!!”라는 제목으로 해당 사진이 최초로 올라온 것이 확인된다. 사진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졌다. 그러나 “이만희가 아니지 않냐”는 누리꾼 자정으로 이 밈(meme)의 확산세는 사실상 멈췄다.

가세연의 해당 영상에도 의문을 표시하는 댓글이 올라왔다. “문재인과 악수하고 있는 안경 낀 인물. 2012년 이만희가 맞는지 한 번 더 검증 부탁드립니다. 불과 8년 전이면 82세. 그 나이로 보기에는 너무 젊어 보이네요. 그리고 귀 모양도 이만희와 다른 듯하고요.” 그러나 가세연 측은 답변 없이 침묵했다. 영상은 여전히 수정되지 않고 남아 있다. 가짜뉴스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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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