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목숨 만도 못한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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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파리 목숨 만도 못한 동물들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
엔서니 J 콜린설터 등 지음·곽성혜 옮김 책공장더불어·1만4000원

미국 해군은 1960년대부터 돌고래를 바닷속 기뢰 탐지 등에 활용하다가 금세기 들어 전 세계의 지탄을 받았다. 저자들은 예로부터 동물이 전쟁의 도구인 동시에 희생물이 되어온 역사를 고발하고,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된 현대에도 여전히 동물을 활용하고 있음을 폭로한다.

현대에는 오히려 동물 사용이 더 악랄해졌다. 1차 대전 때 소련은 독일 탱크를 폭파시킬 때 개를 이용했다. 굶주린 개에게 폭탄을 실어 탱크 밑으로 숨어들도록 조련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당나귀와 낙타가 이 같은 용도로 희생됐다. 전쟁 관련 생체실험에서 부상을 입고 죽임을 당한 동물은 부지기수다. 세계적으로 실험에 동원돼 목숨을 잃는 동물은 1년에 약 100억마리, 1분에 1만9000마리에 달한다.

전쟁 중 동물이 입는 피해도 막심하다. 군인들이 심심하거나 초조하다는 이유로 야생동물을 쏘아 죽이는 일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집에 남은 반려동물들은 주인을 기다리다 굶어죽는다. 전쟁으로 땅과 물이 타오르고 오염돼 살아남은 동물들조차 온전하지 못하다.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동물의 목소리를 대중의 관심 속으로 끌어들이고, 동물 해방운동이 곧 평화와 약자를 돕기 위한 활동의 한 부분임을 역설한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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