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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ㆍ공단 일자리 더 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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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산하 43곳 비정규직 비율 해마다 증가…7개 지하철공사는 4명 중 한 명꼴 ‘간접고용’

지난 5월 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열차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서울메트로는 원인이 신호시스템 오류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신호시스템의 운영을 외주 민간업체가 담당하고 있어서 보다 더 구조적인 원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지하철노조는 이번 열차사고는 외주화와 비정규직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인건비 절감을 우선순위로 두다 보면 안전은 뒷전으로 물러설 수밖에 없다.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 | 연합뉴스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 | 연합뉴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7개 지하철공사의 비정규직 현황을 점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개의 지하철 공사에서 청소, 시설물 유지·관리는 물론 안전과 직결된 방호, 역무운영, 자동차 정비, 구내운전 등까지 간접고용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개 지하철공사의 평균 비정규직 비율은 30.6%였다. 특히 비정규직 유형 중에 간접고용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았는데, 전체 고용인원 중 평균 25.2%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었다. 광주도시철도공사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비율이 38.6%로 가장 높았는데, 직원 10명 중 4명이 간접고용 비정규직인 셈이다. 부산교통공사는 간접고용 비율이 27.0%였고, 대구시도시철도공사가 26.4%, 서울메트로가 26.0%, 서울도시철도공사가 24.4%, 대전시도시철도공사가 20.3%, 인천교통공사가 13.5%로 대부분의 지하철공사가 20%를 웃도는 간접고용 비율을 보이고 있었다.

지하철공사만이 아니라 지자체 산하 대부분의 공사·공단의 간접고용 비율은 높았다. 전체 공사·공단의 고용에서 평균 21.1%를 간접고용이 차지했다. 이는 지자체 간접고용 비율이 2.5%인 것에 비하면 8배가 넘는 수치다.

11개 기관은 정규직이 절반도 안 돼
반면에 공사·공단의 정규직 비율은 지자체에 비해서 훨씬 낮았다. 43개 공사·공단 중 정규직 비율이 절반이 안 되는 기관이 11개였다. 특히 대전시도시개발공사는 정규직 비율이 26.9%에 불과해 43개 공공기관 중 가장 정규직 비율이 낮았다. 대신 정규직 비율의 두 배가 넘는 51.6%가 무기계약직이었다. 무기계약직은 고용은 보장돼 있지만, 노동조건은 기간제와 별로 차이가 없다. 이 밖에도 인천시설관리공단(27.7%), 김대중컨벤션센터(30.4%), 부산경륜공단(35.4%), 서울농수산식품공사(36.7%), 제주관광공사(39.2%), 경기평택항만공사(43.5%) 등이 정규직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지 못했고, 나머지 절반 이상은 처우가 열악한 무기계약직, 기간제, 간접고용 등의 비정규직이 대체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년간 지자체 산하 공사·공단의 비정규직 비율은 매해 증가 추세에 있었다. 2010년에는 29.3%였던 비정규직 비율이 2014년에는 34.2%로 증가했다. 기간제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일부 전환했지만, 기간제 노동자의 비율도 줄어들기보다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010년 1766명이었던 기간제 노동자는 2014년 2620명으로 1000명 가까이 증가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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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역경루
오늘을 생각한다
용산의 역경루
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