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에 ‘레드카드 아동학대’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사건이 있다. 2021년 4월 20일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교실에서 가져온 페트병을 비틀어 소리를 내었고, 교사의 제지에도 반복하자 교사는 레드카드를 준 뒤 방과 후 14분간 청소를 시켰다. 검찰은 이를 아동학대로 보고 해당 교사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고, 헌법재판소는 2023년 10월 기소유예도 취소하라고 했다. 헌재가 교사의 손을 확실히 들어준 셈이다. 헌재 판단에 앞선 2023년 3월 MBC <PD수첩>은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라는 방송에서 이 사건을 다뤘고, 해당 교사는 직접 출연해 무고함을 주장했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올해 4월 이 사건 피해 학생의 학부모를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고발했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은 지난 9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발한 학부모 A씨와 B씨에 대해 “A씨가 운영하는 피부관리숍이 망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전주 모 대학 교수인 B씨를 두고는 “총장을 압박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썼다. 지난 10월 8일 전북교사노조, 전북교총, 전교조 전북지부 등 지역 교사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어 수십 건의 민원과 소송을 제기해 교사를 괴롭히는 두 학부모에 대해 전북교육청의 엄정한 법적 대응을 촉구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모든 상황이 피해아동과 학부모에 불리하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편에 서기로 했다.
내가 그들의 옆에 선 결정적인 이유는 어른들의 주장 때문이 아니었다. 두 어린이의 진술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전북교육감과 전북교사노조는 이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는가. 듣지도 않고 교사의 편에 선 것은 아닌가.
A씨가 ‘정치하는엄마들’을 찾아왔고, 나는 만 3년에 걸친 방대한 소송 자료들을 들여다보았다. 의문이 들 때마다 취조하듯 A씨에게 묻고 또 물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애초에 사건이 왜 이렇게 꼬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가장 기초적인 사실관계부터 양측 주장이 엇갈린다. 교실에서 소란이 벌어졌다는 2021년 4월 20일 피해 학생은 페트병을 비틀어 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A씨는 주장한다. 해당 교사는 코로나19를 이유로 반 학생들이 학교에서 물 마시는 것 자체를 금지했고, 개인별로 지참한 물병을 등교 시 압수했다가 하교할 때 돌려줬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021년 6월 열린 학부모 회의에서 다수의 학부모가 물을 못 먹게 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을 녹음파일과 녹취록으로 직접 확인했다. A씨는 레드카드만 문제 삼은 게 아니라 일상적인 고성과 폭언을 주요 혐의로 고발했다. 2022년 4월 전주지검은 피해 아동이 ‘해당 교사가 자신에게 소리 지른 적이 없다’고 진술했기 때문에 증거불충분이라고 결론 지었다. 하지만 내가 들은 해바라기센터 진술 녹음파일에서 피해 아동은 해당 교사가 자신에게 소리를 질렀다고 3차례 이상 진술한다. 학부모회의 녹취록을 보면 A씨와 B씨 말고 다른 학부모들 역시 교사의 고성·폭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2학년 담임선생님이 목소리가 갈라질 정도로 종일 소리를 질렀다는 것이다. 내가 그들의 옆에 선 결정적인 이유는 어른들의 주장 때문이 아니었다. 두 어린이의 진술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전북교육감과 전북교사노조는 이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는가. 듣지도 않고 교사의 편에 선 것은 아닌가.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