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지난 7월 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큰 교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68세 운전자가 모는 자동차가 역주행하다 인도까지 침범해 보행자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쳤습니다. 사고 원인을 추측하면서 운전자가 70세에 가까운 고령이라는 것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같은 달 3일에는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앞에서, 6일에는 서울역 인근 인도에서, 7일에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서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이 사고들의 운전자도 70~80대라는 것이 알려지자 고령 운전에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 갱신 절차를 강화하거나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홍진수 편집장

홍진수 편집장

주간경향은 지난 7월 15일 발간한 1587호에 실린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하면 다 해결되나’란 기사로 이 문제를 자세히 살폈습니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증가 추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부터 나이를 먹는다고 곧바로 운전능력이 하락하는 건 아니라는 주장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 기사를 썼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일률적인 면허 제한보다는 면허 갱신 절차 강화, 차량 안전장치 마련이 맞는다는 쪽으로 모였습니다.

주간경향 이번 호 표지 이야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고령자도 운전할 수밖에 없는 지역의 문제를 다시 환기합니다.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대도시가 아니라면 고령 운전자 면허 제한은 ‘이동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하철은커녕 버스도 2~3시간에 1대꼴로 다니는 지역이라면 자가용 자동차 외에 적절한 교통수단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노인만 ‘교통 약자’가 아닙니다. 자동차를 운전할 수 없는 모든 사람이 교통 약자가 됩니다. 특히 매일 학교에 가야 하는 청소년들에게는 등굣길부터가 고통입니다. 어렵게 외출을 하더라도 돌아올 길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이효상 기자가 교통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의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고 왔습니다. 충남 홍성군 장곡면에 사는 손나무양은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6시 50분에 오는 첫차를 탑니다. 교사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하고 아침밥은 학교 근처 편의점에서 해결합니다. 학교 시간표에도 없는 ‘0교시’가 생겼습니다.

같은 곳에 사는 귀농 13년 차 정은라씨는 5명의 아이를 키우느라 ‘운전의 달인’이 됐습니다. 차가 없으면 아이가 아플 때 병원에 가기도 어렵습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고, 읍내 학원에 다니려면 정씨가 온종일 아이들의 ‘발’ 노릇을 해줘야 합니다. 서울에는 자가용 자동차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기후동행카드’까지 나왔는데 지역에서는 자가용 이용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서울 공화국’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가 벌어진 지 오래됐습니다. 이제는 지역 소멸이 아니라 한국의 소멸까지 걱정해야 할 때입니다. ‘이동권’은 그중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홍진수 편집장 soo43@kyunghyang.com>

편집실에서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