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중순 어느 금요일 저녁, 통의동의 작은 도시공원에서 ‘게릴라 가드닝’이 있었다. 원래 흙과 씨앗을 뭉친 씨앗폭탄을 길거리에 던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점잖은 분들만 모였는지, 얌전하게 꽃모종과 꽃삽을 들고 동그랗게 모여 있었다. 그리고 진지하게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해서 토론을 했다. 도시공원 일몰제란 공익적 목적을 위해 사유지임에도 일정 기간 동안 도시계획시설인 도시공원으로 유지하고, 그 이후에는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하여 소유자가 임의대로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는 1999년 헌법재판소가 판결한 것인데, 이제 일몰제가 적용되는 시점이 3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한때는 도시공원을 지키려는 노력도 있었지만 지난 정부를 거치면서 오히려 일몰제 대상 도시공원의 조기해제와 아파트를 짓도록 하는 민간공원특례제도가 추진되어 왔다. 만일 도시공원을 지키기 위한 대비책이 없다면 2020년에는 전체 도시공원 면적의 53.4%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도시에서 공원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우선 기후변화 적응에 유용한 수단이다. 도시공원은 더위를 피하는 그늘을 제공하고 시민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기능도 담당한다.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토지의 공유적 속성을 환기시킨다는 점이다. 이번 더위만큼 우리가 몸서리치게 경험한 것이 토지개발이익의 사적 소유와 비용의 사회화이다. 토지는 분명히 사회의 공유자산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사적소유권을 절대화했다. 공공의 이익보다는 사적 이익 추구를 개인적 자유와 권리의 추구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여 무절제하게 토지를 개발해 왔다. 반면 그에 따른 비용은 사회적으로 치르게 하는 비합리적 구조가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최근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가치의 현격한 차이로 인해 지역에 있는 분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고 한다. 9·13 대책을 통해 보유세를 소폭 강화하고 다주택소유자들에게 신규대출을 금하는 정도의 규제가 강화되었지만 토지공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소득주도 성장을 하고자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다.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도시공원 일몰제 문제를 해결하여 도시공원을 더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것은 의미심장하면서도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물론 꽃삽으로 국화 몇 송이를 도시공원에 심는다고 도시공원이 지켜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마음을 모으고 힘을 합쳐서 도시공원 일몰제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내고, 토지공개념이 사회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다면 이 작은 삽질의 의미는 달라진다. 그저 도시 한 모퉁이에서 우리끼리 해보는 삽질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토지공개념을 확산시킬 수 있는 첫 삽을 뜬 것이라고나 할까? 마침 꽃을 다 심고나자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상서로운 출발이다.
<이상헌 녹색전환연구소장·한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