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의 가장 큰 차이는 담뱃잎을 태우느냐 찌느냐 하는 점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연기가 아닌 증기가 발생한다. 유해 성분도 줄어들었다고 담배 생산업계는 주장했다.
담배는 담뱃잎을 말려서 가공한 기호품, 다시 말해 담뱃잎을 주재료로 해서 만든 흡연제품을 말한다. 얇은 종이로 말아놓은 담배, 즉 궐련이 현재 담배의 대세를 이룬다. 궐련에 불을 붙여 연기를 흡입하는 것이 바로 끽연(흡연)이다.
그런데 연기를 피우는 일반 담배는 전방위적으로 설 땅이 좁아졌다. 흡연자뿐 아니라 주변에까지 해악을 끼친다. 폐암을 비롯한 각종 암과 심·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것이 입증되면서 ‘건강의 적 1호’가 된 지 오래다. 국내에서만 해마다 6만명 넘게 흡연 때문에 숨지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흡연에 따른 건강보험 추가 진료비도 연간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면초가의 흡연자들에게 지난해 하나의 대안이 생겼다. 담배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하는 ‘궐련형 전자담배(일명 증기담배)’의 등장이다. 지난해부터 국내 시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궐련형 전자담배는 빠른 성장세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기획재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점유율은 9.3%로 10%에 근접한다.
담배연기에 치명적 독성이 함유되어 있는 것을 흡연자들도 잘 안다. 하지만 끊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연기 대신에 ‘증기’를 발생시켜 끽연감을 충족시키는 매우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으로 인기를 모으는 중이다.
전세계적으로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국내에 출시된 이후 ‘안전한 담배는 없다’는 주장과 ‘독성 및 유해성이 대폭 감소한 제품’이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충돌해 왔다. 유해성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 결과’ 발표는 흡연 당사자들 차원을 넘어 논란을 더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많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신종 담배 종결자?
일반 담배(궐련)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국내 담배시장에 변화가 일어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신종 담배로는 씹는 담배·코담배·머금는 담배(스누스) 등 연기 없는 담배, 말아 피우는 담배, 파이프 담배, 물담배, 액상형 전자담배, 그리고 궐련형 전자담배 등이 있다. 특히 물담배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졌고, 액상형 전자담배는 한때 국내 판매점이 2000곳 이상에 달할 정도로 흡연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렇듯 신종 담배가 성장을 하는 배경에는 ‘일반 담배의 건강 유해성’이 깔려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쉽게 말해 액상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를 합쳐놓은 제품으로 보면 된다. 배터리로 가열된 니코틴 용액을 기체로 만들어 흡연하는 액상형 전자담배와 달리, 궐련과 흡사하게 생긴 전용담배를 전자기기에 끼워서 가열하여 증기를 흡입하는 제품이다. 많은 부분에서 기존 담배를 피우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유해성은 크게 줄였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어필하는 포인트다.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시판된 궐련형 전자담배는 2014년 11월, 일본에서 출시된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의 ‘아이코스’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6월 국내 첫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가 나왔다. 이어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AT)가 그해 8월 ‘글로’를, KT&G가 11월에 ‘릴’을 선보였다.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의 가장 큰 차이는 담뱃잎을 태우느냐 찌느냐 하는 점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연기가 아닌 증기가 발생한다. 유해성분도 줄어들었다고 담배 생산업계는 주장했다. 담배회사들은 그 근거로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의 온도 차이, 배출물의 고체입자 유무 등을 제시한다.
일반담배는 불을 붙여 흡입할 때 온도가 800도까지 올라가고 연기와 재를 생성한다.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는 제품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300∼350도 내외로 담배를 가열시켜 증기를 발생시킨다. 과학적으로 연소가 일어나려면 최소 400도 이상 되어야 하고, 연소가 유지되려면 600도 정도 되어야 한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연소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덕분에 일반담배에 비해 유해물질 배출이 적다는 것이 업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증거로 드는 것이 바로 배출물(연기 또는 증기) 속 고체입자의 유무이다. 일반담배의 연기에는 연소의 결과물인 검은색의 탄소 고체입자가 들어 있다. 즉 담배가 타면서 재가 만들어지는데, 이 중 가벼운 부분이 연기와 함께 날아다닌다고 이해하면 쉽다. 하지만 궐련형 전자담배 가열 시에는 고체입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것이 증기라고 불리는 것이다. 지난 6월 한 담배회사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일반담배 한 개비에서 나오는 고체 초미세먼지 입자는 약 5000억개인 데 비해,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에서는 고체 초미세먼지 입자가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증기’ 흡입
담배회사들의 연구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해외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가 이슈다. 그런 만큼 여러 국가의 정부와 유관기관에서 연구·분석이 이뤄졌다.
미국 FDA의 담배연구소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와 비교해 유해물질의 수치 자체가 낮아졌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의 보건의료과학원은 ‘일반담배 대비 TSNA(담배특이니트로사민)가 5분의 1, 일산화탄소는 100분의 1이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독일 연방위해평가원은 ‘일반담배에 비해 발암물질인 알데히드류가 80~95%, 휘발성유기화합물이 97~99% 적게 배출된다’는 결과를 내놓았고, 영국의 독성위원회는 ‘궐련형 전자담배로 전환 시 흡연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요인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감소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 외 러시아, 중국, 네덜란드의 정부 유관기관에서도 비슷한 연구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물질이 일반담배에 비해 상당 수준 줄었다는 것이 주요 국가 연구의 공통적 견해였다.
한국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조사결과를 통해 지난 6월 초 “궐련형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유량이 일반담배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2개 제품의 경우 타르의 함유량이 일반담배보다 높게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식약처 조사에서 벤조피렌 등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9개 발암물질은 일반담배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필립모리스 측은 이번 식약처의 조사방식에 대해 ‘오류’를 주장하고 있어 궐련형 전자담배로 인한 유해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글·박효순 경향신문 의료전문기자 anytoc@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