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더 세진 김현수, ‘왕별’로 우뚝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올스타 투표 역대 최다득표… “올 최고 목표는 우승”

두산 김현수가 지난 6월24일 사직 롯데전에서 6회 솔로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이석우 기자>

두산 김현수가 지난 6월24일 사직 롯데전에서 6회 솔로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이석우 기자>

신고선수에서 최고 타자로, 그리고 최고 스타로.
2009 프로야구가 치열했던 전반기를 마감했다. 이 가운데 최고 스타는 ‘장타자’로 거듭난 두산 김현수(21)다.
김현수는 2009 올스타 팬투표에서 76만1290표를 받아 지난해 카림 가르시아(67만8557표·롯데)가 세운 기록을 넘어 역대 최다 득표를 기록했다. “동료 선수들과 두루 친해서 다른 선수의 팬들이 저까지 좋아해 주는 것 아닐까요”라며 머쓱해 했지만 단연 돋보이는 성적에 곱상한 인물이어서 인기를 누릴 만한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2008년 한국시리즈 마지막 타석에서 병살타를 치고 난 뒤에도 그랬고, 지난달 경기 도중에 팀 동료 이종욱이 수비 도중 부상으로 쓰러졌을 때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인 김현수의 순수한 모습은 팬의 마음을 흔들었다.

빛나는 활약
김현수는 22일까지 두산이 치른 85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108안타(1위), 타율 0.352(4위), 67타점(4위)을 기록하며 타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6월 초까지 4할대를 유지하던 방망이는 7월 들어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 22일 잠실구장에서 롯데의 9연승을 막는 만루홈런을 쏴 올리며 여전히 매서운 타격 솜씨를 입증했다. 지난해 9개였지만 올 시즌엔 벌써 17개나 홈런을 때려낸 김현수는 “올 시즌 홈런 목표를 15개에서 20개로 수정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현수가 다시 감각을 찾은 것은 혼자서 자신의 경기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였다. 오른쪽 어깨가 빨리 열리는 바람에 타격 포인트가 늦어졌고 땅볼이 많아졌다는 것까지 혼자 찾아냈다. 김광림 타격코치와 자신의 분석 결과를 상의해 다시 한 번 자세를 잡았다.

스스로 공부하며 끊임없이 발전을 꾀하는 모습이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대견하기만 하다.
김현수는 7월 들어 잠시 멈칫했지만 큰 슬럼프 없이 꾸준하게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전 경기에 출장하며 기복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다녀온 대표팀 선수들은 대부분 그 후유증으로 애를 먹었다. 평소보다 빨리 끌어올린 페이스에 체력적으로 일찍 위기가 찾아 오거나 부상을 입기도 했다. WBC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김태균(한화), 박경완(SK), 이용규(KIA) 등이 부상을 당해 전반기에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계속해서 출전한 선수들은 체력이 문제가 됐고, 더그아웃을 지킨 선수들은 감각을 잃었다.

하지만 김현수는 달랐다.
WBC에서도 3할대 타율을 유지해 한국의 준우승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시즌 개막 이후에도 지치지 않은 체력으로 상대팀 투수들의 경계 대상이 됐다.

특히 6월 초까지 4할대 타율을 오르내리며 프로야구 출범 원년인 1982년 백인천 이후 첫 ‘4할타자’의 가능성을 점치게 했다.

SBS 스포츠에서 일본 프로야구를 해설하고 있는 백인천 위원은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타자를 꼽으라면 김현수”라고 말했다. 김현수의 큰아버지와 경동고 동창인 백 위원은 김현수가 신고 선수로 두산 2군에서 뛰던 2007년에 김현수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그는 “체격 조건, 스윙 모두 이승엽과 비교할 만큼 좋았다”고 기억했다.

무거운 배트를 휘두르다
무엇이 김현수를 더 강하게 만들었을까.
지난해 최다안타와 타율, 출루율에서 리그 1위를 차지한 김현수는 올 시즌에 “홈런타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본격적인 붙박이 주전 첫해에 타격 3관왕에 올랐으니 만족할 만도 하지만 팀의 클린업 트리오로 무게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파워가 필요했다.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겨우내 누구보다도 더 많은 땀을 흘렸다. 김광림 두산 타격코치는 “전적으로 본인의 노력”이라고 말한다.
김현수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그동안 사용하던 배트보다 무거운 방망이를 특별주문했다. 1.5~1.8㎏의 무게에 길이 35인치 짜리였다. 스윙 스피드와 악력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다른 선수들은 보통 10~15번을 돌리고 한 번 쉬지만 김현수는 50번을 채울 때까지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일본으로 캠프를 떠나서도 김 코치와 함께 저녁마다 맨투맨 배팅 훈련을 계속했다.

그 결과 타격시 몸의 회전이 힘차고 빨라졌다. 상대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공략한다.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고 스트라이크 존에 오는 공이라면 여지없이 스윙하는 스타일이다.

우승을 향해
김현수는 ‘연습생 신화’의 주인공이다. 신일고 3학년이던 2005년에 ‘이영민 타격상’을 받을 정도로 뛰어났지만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신고선수로 두산에 입단했다. 수비가 좋지 않고 발이 느리다는 이유였다.

이를 악물고 하루 1000번씩 배트를 휘두르며 기회를 노렸다. 누구도 주전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두산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마침내 기회를 얻었다. 한 번 찾아온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최고의 한 해를 보내던 2008시즌 마지막은 김현수에게 너무나 가혹했다.
두산이 1승3패로 뒤지고 있던 한국시리즈 5차전 0-2로 뒤진 9회말 1사 만루에서 김현수는 병살타로 물러났다. 김현수의 타구와 함께 SK의 우승 축포가 잠실에서 터졌다. 힘없이 1루에 멈춰선 김현수는 그대로 눈물을 쏟았다.

그러나 올해는 반드시 두산의 우승을 일궈낼 작정이다.
김현수는 “올 시즌 개인 목표는 최다 안타, 이보다 더 큰 목표는 두산의 우승”이라고 말했다. “팀이 2년 연속 준우승하는 데 주역이 나였는데 올해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 세 번은 안 된다”며 당찬 각오를 내보였다.
지금도 어디선가 땀을 흘리며 ‘제2의 김현수’를 노리는 후배들에게는 “나를 뛰어넘을 생각을 해야 한다. 모델이 아닌 라이벌로 생각하라”고 당부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