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한화 복귀하자 시범경기부터 매진…MLB 출신 에이스들 맞대결 기대감도
지난해 한국프로야구(KBO리그) 총 관중은 810만326명, 2018년 이후 5년 만에 800만 관중을 넘겼다. 코로나19, 국제대회 부진으로 고민을 많이 안았던 한국프로야구는 간만에 흥행 가도를 달리면서 희망차게 2024시즌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에 엄청난 흥행 카드가 선물처럼 나타났다. 바로 KBO리그에서 전설적인 기록을 쓴 ‘괴물’ 류현진(37·한화)의 복귀다. 인천 동산고 출신 류현진은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2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첫해 30경기에서 18승 6패 1세이브 평균자책 2.23을 기록했다. 다승, 평균자책, 삼진(204개) 부문에서 리그 1위를 기록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고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거머쥐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2010년에는 25경기에서 16승 4패 평균자책 1.82를 기록했는데 아직 KBO리그의 마지막 1점대 평균자책 기록이다. 류현진은 KBO리그에서 뛰었던 7시즌 동안 98승 52패 1세이브 평균자책 2.80의 성적을 냈다. 국가대표로도 굵직한 업적을 많이 남겼다.
류현진은 2012시즌을 마치고 포스팅시스템으로 미국 진출을 꾀했고 LA 다저스와 계약을 하며 한국을 떠났다. 다저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을 거치면서 지난 시즌까지 메이저리그에서 186경기, 78승 48패 1세이브 평균자책 3.27을 기록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갈 때부터 팬들은 언젠가 그가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라 기대했다. 다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는데 부상 전력 등으로 재계약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화가 발 빠르게 나섰고 한국 복귀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한화는 내년에 새 홈구장의 문을 연다. 류현진이 새 홈구장 마운드에서 한화의 우승을 이끄는 장면은 이제 더 이상 몽상이 아니다. 현재 한화의 홈구장인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1964년 개장했다. KBO리그 10개 구단 중 가장 오래된 홈구장이다. 새 홈구장은 2025년 3월 개장 예정이다.
류현진의 복귀는 말 그대로 ‘전격적’이었다. KBO리그 팀들은 지난 2월 1일부터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한화 역시 1차 스프링캠프지였던 호주 멜버른에서 훈련을 한 뒤 같은 달 21일에는 2차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넘어갈 예정이었다. 그 사이에 류현진의 복귀 소문이 퍼졌다. 류현진과 절친한 한화 투수 장민재는 ‘류현진에 관한 질문을 4만 번도 넘게 받았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화 구단의 정식 발표가 나온 건 지난 2월 22일이었다. 계약 조건은 8년 170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이다. 세부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는데 최근 KBO가 발표한 리그 소속 선수 513명의 2024시즌 연봉을 보면 류현진은 올해 25억원을 받는다. 롯데 이대호(은퇴)가 2019시즌 받은 KBO리그 역대 최고 연봉과 같다.
류현진이 한화 유니폼을 다시 입으면서 그의 행보 하나하나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류현진은 지난 2월 23일 바로 아침 비행기를 타고 일본 오키나와로 향했다. 정장 차림 그대로 한화가 훈련 중인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을 찾아 최원호 한화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과 상견례를 했다. 류현진은 이 자리에서 “12년 만에 돌아왔다. 더 높은 곳을 향해서 갈 수 있도록 저도 열심히 하겠다. 잘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식사 대신 바나나 하나로 끼니를 때운 류현진은 바로 훈련에 들어갔다. 이날 45개의 공을 던졌고 이 모습을 최원호 감독도 지켜봤다.
류현진이 돌아온 이상 최원호 감독은 개막전 선발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무조건 류현진이었다. 최원호 감독은 류현진과 상의를 한 뒤 ‘개막전에 맞출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2024년 한화의 개막전은 3월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다. LG는 지난 시즌 KBO 우승팀이다.
류현진은 지난 3월 2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라이브 피칭을 소화했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구단 자체 청백전에서 두 번째 실전 투구를 했다. 그리고 12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시범경기에서 계획대로 마운드에 올랐다.
4이닝 동안 사사구 없이 3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8㎞까지 나왔다. 한화 팬들은 이례적으로 시범경기 관중석을 가득 채우며 류현진을 환영했다. 시범경기에서 대전 홈 경기가 매진된 건 2015년 3월 7~8일 이후 9년 만이다.
한화는 최근 몇 년 동안 ‘암흑기’를 보냈다. 류현진이 떠난 뒤 2018년 한 차례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꼴찌만 5차례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9위로 간신히 최하위에서 벗어났다. 한화는 최하위를 전전하는 동안 팀을 재건했고 점차 선수층이 두꺼워져 가는 중이다. 타자에서는 노시환, 투수 중에서는 문동주가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에 기대가 모이는 상황이다. 그러던 와중에 류현진이 합류하면서 한화를 향한 기대감이 더 커진 것이다.
류현진의 합류는 외국인 투수 한명이 더 생긴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지난해 MVP를 수상했던 외인 투수 에릭 페디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의 성적은 류현진이 페디보다 훨씬 나았다. 페디는 메이저리그 통산 102경기(선발 88경기) 454.1이닝 21승 33패 평균자책 5.41을 기록했다.
류현진의 합류로 리그 전체가 더 흥행할 요소를 갖추게 됐다. SSG 김광현, KIA 양현종 등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투수들과의 맞대결이 벌써 관심을 끌고 있다. 류현진과의 상대 전적에서 약했던 팀들은 벌써 몸을 사리고 있다. 지난해 통합 우승을 이끈 염경엽 LG 감독은 “목표 승수를 조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류현진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 KBO리그에서 거둔 98승 중 21승을 LG에 거뒀다. 데뷔 후 첫 선발승이자 첫 승의 상대도 LG였다. 공교롭게도 복귀 후 첫 상대도 LG가 됐다.
선수 한명이 복귀했을 뿐인데 리그 전체에 퍼지는 파장이 적지 않다. 팀 순위를 뒤흔드는 것은 물론 관중 수에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른바 ‘숨어 있던’ 한화 팬들은 온·오프라인상에서 적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KBO리그가 류현진이라는 큰 ‘선물’을 받았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