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12명이나 실종… 유족들 선박회사 상대 손해배상 소송
지난해 유럽행 유람선을 타고 신혼여행에 나선 신랑이 신부만 남겨둔 채 항해 도중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사건을 시발점으로 지난 2년 동안 12명이나 되는 승객이 해외유람선을 탔다가 행방불명된 일이 세상에 뒤늦게 알려지자 최근 실종자 가족들은 물론 미 의회까지 진상조사에 나섰다.
여론의 주목을 받은 조지 스미스(26)는 코네티컷주 그린위치에 살았는데 신부 제니퍼와 함께 지중해를 운항하는 로얄 캐리비언의 브릴리앙스호에 탑승했다. 승선 일주일 후 그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처럼 자신이 머물던 선실과 아래층 구명보트에 흥건한 핏자국만 남긴 채 사라졌다.
미국에서는 실종시 FBI에 통보하는 게 관례. 하지만 공해(公海)상에서 실종됐을 때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번 경우 중요 증거자료로 익명의 여학생이 찍은 혈흔 사진이 담당 FBI 수사관에게 제출되었지만 정작 배가 부두에 정박했을 때 피범벅의 현장은 깨끗이 새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다. 스미스가족의 변호사인 브렛 리브킨드는 “로얄 캐리비언 회사측이 나쁜 평판을 피하려고 사건을 은폐하는 것 아니냐”라고 의심한다.
로얄 캐리비언 측은 “사건 해결을 위해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며 사건 은폐 의혹을 부정했다. “신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사고 당일 신랑 스미스와 옥신각신하는 것을 목격한 이도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미 의회 선박회사 수사협조 촉구
크루즈 유람선 안에서 실종사건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8월 홀로 여행하던 매사추세츠주의 이혼녀 메리언 카버(40)는 로얄 캐리비언의 머큐리호에 승선하고 이틀 후 행방불명됐지만 이 회사는 실종 사실을 가족에게 오랫 동안 통보하지 않았다. 위스콘신주의 아넷 미즈너(37) 역시 작년 카니발 유람선을 이용해 크루즈 여행을 하던 중 실종됐다.
스미스 가족은 최근까지 침묵하고 있다가 대대적인 진상규명 로비를 벌였다. 이들의 노력은 크루즈 유람선업계의 개혁을 요구하는 국회 청문회까지 초래했다. 코네티컷주 공화당 의원인 크리스토퍼 셰이즈는 관련 선박회사를 가리키며 “실종자 가족의 슬픔을 이해한다면 이들이 원하는 정보를 찾는 데 전적으로 협조하는 게 도리인데 당신네들의 말과 행동은 불일치했다”라며 질책했다.
그렇지만 사건의 진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우리는 진실을 알고 싶다. 그날밤 도대체 어떤 일이 내 남동생에게 일어났는지 알고 싶다”고 스미스의 누나인 브리는 말했다. 그녀는 스미스가 살해됐다고 믿으며 유람선회사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미즈너의 가족도 카니발 크루즈사를 고소했다. 미즈너 가족은 그녀의 핸드백이 발견된 현장에 승무원들이 감시 카메라에 주의를 기울였다면 사전에 그녀의 죽음을 방지할 수 있었을 거라고 주장했다.
이들 외에도 지난해 5월 카리브해 크루즈 여행 중 실종된 캘리포니아주의 팜 휴(70)·트램 휴(65) 부부, 같은 해 12월 바하마제도의 낫소시로 운항 중인 로얄 캐리비언 소속의 유람선 승객 질 버고라(59)의 행방도 현재까지 묘연한 상태다.
<유진(미국 오리건주)/조민경 통신원 mcg99@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