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 카피타노-몽환적 아름다움 속 비극적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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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유사한 설계를 통해 다층적 주제를 전달하는 영화들은 많았다. 하지만 <이오 카피타노>는 과거 어떤 영화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감독만의 독특한 향취와 정서로 2개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아낸다.

㈜태양미디어그룹

㈜태양미디어그룹

제목: 이오 카피타노(Io capitano)

제작연도: 2023

제작국: 이탈리아, 벨기에, 프랑스

상영시간: 121분

장르: 드라마

감독: 마테오 가로네

출연: 세이두 사르, 무스타파 폴

개봉: 2024년 8월 7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196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난 마테오 가로네 감독은 출생 배경부터 남달랐다. 아버지 니코 가로네는 영화평론가, 어머니 도나텔라 리몰디는 사진가라 가로네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영상예술의 기본기를 다지며 성장했다.

예술대학 졸업 후 꽤 오랜 기간 화가로도 활동했던 가로네 감독은 1996년 발표한 단편영화 <실루엣>(Silhouette)이 호평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연출가로 방향을 선회한다.

장편 데뷔작인 <이민자들의 땅>(Terra di mezzo·1996)은 이탈리아에 건너와 정착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한 작품이다. 실제 이민자들이 출연해 일상적 모습을 표현했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절묘한 지점에서 완성된 이 작품은 새 시대의 네오리얼리즘이라는 극찬을 끌어내며 토리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는 등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번째 장편영화 <손님들>(Ospiti·1998)은 전작 <이민자들의 땅>의 3개의 에피소드 중 하나에 등장했던 2명의 알바니아 이민자 청년의 이야기를 확장한 작품으로 복잡한 대도시 로마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춘들의 애환을 그려냈다.

이후 <로마의 여름>(Estate romana·2000), <박제사>(L’imbalsamatore·2002), <첫사랑

Primo amore·2004) 등 다양한 분위기의 작품을 내놓으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간다.

다양한 장르와 형태로 발전해온 작가주의

2008년 발표한 <고모라>(Gomorrha)는 그의 연출가 인생에서 중요한 도약이 된다.

로베트로 사비아노가 쓴 동명의 논픽션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실제 살인 발생률이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히는 나폴리를 배경으로 지역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폭력조직 ‘카모라’를 둘러싼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잔인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재구성한다. 교차편집으로 전개되는 개별적인 이야기들과 많은 인물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힘 있게 전개되는데, 개봉 당시 실제 폭력조직의 위협이 있었다고 한다.

2008년 칸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으며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고, 유럽영화상 5개 부문 수상, 골든글로브에서도 후보로 오르는 등 꾸준히 주목받게 되면서 가로네 감독은 작가로서의 위치를 서서히 다지게 된다.

차기작 <리얼리티: 꿈의 미로>(Reality·2012) 역시 일부의 미온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제65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면서 가로네 감독은 명실공히 현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로 등극하기에 이른다.

2015년 발표한 <테일 오브 테일즈>(Il racconto dei racconti)는 그의 영화 세계에 있어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억될 만한 작품이다. 일단 시각적 화려함이 돋보이는 미술과 규모의 파격적 변화가 그렇다. 또 날것 그대로가 아닌 우화적 이야기의 형태를 통해 간접적으로 주제를 전달하는 기교까지 수용하고 있다는 점은 가장 큰 변화라 할 만하다.

노련한 중견감독의 예술적 만개(滿開)

영화 <이오 카피타노>는 오랜 시간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견고히 다져왔던 가로네 감독의 작가적 재능이 비로소 총집대성된 작품이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이민자 문제를 정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는 초창기 꾸준하게 보여왔던 날 선 사회고발적 시선이 다시 느껴진다. 반면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에서는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다큐멘터리적 재현보다는 후반기 작품들에서 보여왔던 화려하고 우화적인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눈에 띈다. 그렇게 이 작품은 비극적 현실과 아름다운 상상력의 충돌로 인해 발생하는 부지불식간의 괴리를 통해 관객들에게 더 큰 슬픔과 서늘한 감정을 안긴다.

<이오 카피타노>는 표면적으로는 더 나은 이상적 삶을 위해 새로운 세계를 찾아 떠나는 한 인간의 처절한 모험 이야기다. 동시에 가족의 품을 떠나 비로소 온전한 성인으로 홀로서는 한 소년의 성장 영화이기도 하다.

과거에도 유사한 설계를 통해 다층적 주제를 전달하는 영화는 많았다. <이오 카피타노>는 과거 어떤 영화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감독만의 독특한 향취와 정서로 2개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아낸다.

또 한 편의 ‘다른 세계’ 성장영화

찬란

찬란

같은 날 개봉하는 또 한 편의 프랑스 영화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2022)는 외형적으로 성장 영화라는 관점에서 비슷하지만, 이외의 요소들은 묘하게 <이오 카피타노>의 대척점에 놓여 있어 흥미롭다.

1995년 파리, 알제리 이민자 가정 출신의 17세 소녀 자히아 지우아니(울라야 아마라 분)는 지휘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고위층 자녀들만의 단단한 유대가 팽배한 음악학교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여성은 지휘자를 할 수 없다’는 고전음악계의 뿌리 깊은 고정관념은 자히아에게 큰 좌절을 안긴다.

결국 자히아는 ‘디베르티멘토’라는 이름의 자신만의 오케스트라를 만들기로 한다.

<디베르티멘토>는 실존 인물의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한 작품이다. 전 세계 지휘자의 6%만이 여성이며 프랑스에서는 단 4%뿐이라는 현실은 이야기에 힘을 싣는다.

연출을 맡은 여류감독 마리-카스티유 망시옹-샤르(Marie-Castille Mention-Schaar)는 언론인 출신으로, 2005년에는 프랑스 여성영화인협회를 창립해 협회장을 맡고 있다. 2012년 장편 데뷔한 이후 꾸준히 연출 활동을 하고 있다.

영화 <디베르티멘토>는 너무 낭만적인 작품으로 읽힌다. 애초 클래식 음악이라는 소재부터가 이야기 안의 갈등과 고민이 아무리 진지하다 할지라도 어떤 이들에겐 ‘배부른’ 것으로 치부될 만한 것이 사실이다. 또 이야기 속에 대두되는 많은 문제가 너무 쉽게 해결되거나 이상적으로 그려진다. ‘긍정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밝힌 감독의 취향으로만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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