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강원 양양 남대천-우리가 몰랐던 ‘양양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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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69) 강원 양양 남대천-우리가 몰랐던 ‘양양의 풍경’

강원도 양양이 뜨겁다. 적잖은 여행자의 시선이 양양으로 향한다. 대체로 인구해변과 바로 곁의 죽도를 말하지만, 변화 범위가 훨씬 넓고 크다. 위로는 속초에 가까운 곳부터 아래로는 주문진 바로 곁 남애리 일대까지 모든 해변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그러나 내 마음을 움직인 건 바닷가가 아닌 의외의 장소였다. 남대천이다.

오해하면 안 된다. 이 하천은 강릉의 남대천이 아니라 양양의 남대천이다. 그러니까 강원도 동쪽의 남대천은 하나가 아닌 둘이다. 강릉 왕산면에서 발원하는 강릉의 것과 달리 양양의 이 물길은 양양 현북면에 가까운 오대산에서 시작한다. 영동지역의 하천 중에서 가장 맑고 길다고 알려져 있는데, 상류 쪽은 강원도에서 가장 물이 맑다는 법수치계곡을 이룬다. 길게 돌고 돌아 흘러 내려온 강은 양양읍 바로 옆에서 바다로 빠져나간다.

보는 순간 가슴이 요동친 곳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 제법 너른 강폭이 저 멀리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에 맞닿아 더없이 평화로운 경관을 만들어내는 남대천의 하류. 뉘엿뉘엿 넘어가는 오후의 햇살마저 완벽했다. 바다만 바라보는 여행자는 알 수 없는 양양 안쪽의 풍경이다. 하늘과 바다와 강이 만나 여름으로 익어간다. 우리가 몰랐던 양양의 절정이 그 시간, 그곳에 있었다.

<정태겸 /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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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