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가정폭력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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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필리프 베송 지음·이슬아 옮김·레모출판사·1만7500원

[신간] 보이지 않는 가정폭력 ‘경고’

프랑스 파리에서 일하던 ‘나’는 어느 날 여동생의 전화를 받는다. 동생은 침묵 끝에 “아빠가 엄마를 죽였다”고 말한다. 사랑하던 어머니가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세상을 떠난 날, 두 사람의 삶도 끝났다. 현장을 목격한 동생은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난 이웃의 수군거림과 아버지와의 대질신문에 고통스럽다. 가장 괴로운 건 나 자신이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미소를 잃어가는 어머니, 점점 심해지는 아버지의 집착과 폭력성이라는 위험한 신호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기 때문이다. 견디다 못해 신고했지만, 공권력은 외면했다. 결국 떠나기로 한 어머니를 향해 아버지는 흉기를 들었다. 작가는 어머니를 잃은, 절대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치유하려 애쓰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2021년 한국에서는 최소 83명의 여성이 남편과 애인의 손에 살해당했다. 작가는 ‘종종 있는 일’로 치부되는 가정폭력을 아이의 목소리로 증언한다. “우리는 사랑 때문에 살인하지 않으며, 가정폭력과 여성살해는 치정이 아니라 소유욕에서 비롯한 범죄”라고 지적한다.

내일을 예고합니다

고쿠요 요코쿠연구소 지음·제준혁 옮김·북스톤·1만7000원

[신간] 보이지 않는 가정폭력 ‘경고’

일본의 문구류 및 사무용 가구 제조사인 고쿠요는 40년 전부터 ‘요코쿠(예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좋은 물건으로 만족감을 주는 것만으론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는 깨달음에서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직접 찾고, 대안적인 사회를 모색했다. 이웃의 행복을 자본으로 삼는 일본의 ‘아일랜드 컴퍼니’, 해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국의 ‘해녀의 부엌’ 등 아시아의 단체와 조직을 탐방한다. 그리고 각자의 가치관을 존중하며 서로 연결되는 ‘자율협동사회’라는 공통점을 끌어낸다.

버섯 농장

성혜령 지음·창비·1만5000원

[신간] 보이지 않는 가정폭력 ‘경고’

특유의 서스펜스와 독보적인 스타일로 주목받은 2021년 창비신인소설상 수상작가의 소설집이다.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직시하며 묵직한 고민거리를 제시한다. 부당한 사회에 시달리는 오늘날 청년들의 분노와 무력감을 하드보일드 소설로 승화시켰다.

오십의 인사이트

남경아 지음·서해문집·1만9800원

[신간] 보이지 않는 가정폭력 ‘경고’

한국 중장년 정책 현장에서 20년간 몸담은 저자가 5060 사업의 태동기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정리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일자리사업본부장 등을 지내면서 수많은 중장년 사업을 발굴·육성한 과정, 미국과 일본, 유럽의 혁신적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두 갈래의 길

박번순 지음·지식의날개·1만9800원

[신간] 보이지 않는 가정폭력 ‘경고’

중국은 30년간 전례 없는 고도성장의 기적을 보여줬다. 인도는 2023년 세계 최대의 인구 대국으로 등극했다.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인도가 중국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중국은 정점을 지나 중진국 함정에 빠진 건 아닐지 궁금증에 답한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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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