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지음·진실의힘·3만5000원
“승객의 생명을 걸고 하는 모래 뺏기 놀이와 같았다.” 2016년 <세월호, 그날의 기록>을 쓴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기록팀)은 세월호 참사를 ‘모래 뺏기 놀이’에 비유했다. 수백 명이 타는 배를 가운데 두고 모래를 빼내듯,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장치들을 하나씩 무력화했기 때문이다. 청해진해운은 18년 된 낡은 배를 일본에서 들여와 서류를 조작하고, 무리하게 증·개축했다. 운항할 때마다 해야 하는 복원성 계산, 화물량 확인, 고박 상태 검사는 배 바깥에서 흘수선만 확인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무리하게 증·개축한 배는 조타 장비의 작은 고장을 견디지 못하고, 오른쪽으로 빠르게 선회하면서 왼쪽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졌다. 부실하게 묶어 놓은 화물이 한데 쏠리면서 복원성을 상실했다. 기관실 각 구역을 열어놓고 운항하던 선원들은 그 상태를 방치하고 빠져나가 침수가 급속도로 진행됐다. 해경지휘부는 구조에 나선 해경 123정에 사진·영상 송출, 보고 요구를 끊임없이 하면서 현장에 혼선을 줬다. 123정이 대공 스피커로 대피만 독려했더라도 현장의 구조 세력의 도움을 받아 많은 이들을 살릴 수 있었다.
기록팀은 2017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침몰 원인 조사, 수사와 재판기록, 해외 전문기관의 조사 자료 등 지난 10년간 쌓인 자료를 새로운 관점으로 검토·분석했다. 국가 차원의 조사가 진행될수록 오히려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열망과 의지가 흐려지는 걸 보면서 다시 고통의 기록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고 봤다.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잠수함 충돌설을 붙들고 있던 사참위의 기우제식 조사, 형사처벌을 진상규명의 목표로 삼았던 우리 사회의 분위기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참사를 낱낱이 복기하려는 용기를 새로운 희망의 시작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마포주공아파트
박철수 지음·마티·2만5000원
<한국주택 유전자>를 쓴 저자의 유작이다. 한국 아파트단지의 원형인 마포주공아파트의 시작과 끝을 파헤친다. 단지 내 인프라를 입주자가 부담하는 방식, 임대가 아닌 분양, 30년 후 재개발 등 한국 아파트단지의 특징은 모두 마포주공에서 시작됐다.
로봇 드림
사라 바론 지음·놀·1만9800원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등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애니메이션 <로봇 드림>의 원작 그래픽 노블이다. 개와 로봇 사이를 스쳐 간 찰나의 계절, 함께한 기억이 남긴 찬란한 순간들을 코끝 찡하게 그려냈다. 대사 없이, 오로지 선과 면만으로 뭉클함을 자아낸다.
사이렌과 비상구
오유신 지음·이매진·1만6800원
학교 폭력을 겪은 학생이 교사가 돼 학교를 돌아본다. 성희롱 피해 교사, 초등학교 청소 실무사, 고등학생일 때 임신한 청소년 부모, 성인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를 진단받은 새내기 교사까지 학교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돌봄과 교육, 노동의 문제를 다룬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