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생들은 학교 선생님보다 학원 선생님을 더 무서워한다. 학교 선생님은 아이들의 인권을 존중해 자유롭게 훈육할 수 없지만, 학원 선생님은 아이들 성적을 위해서라면 수업 중에 졸거나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들을 쫓아낼 수도 있다. 면학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학부모도 그런 학원 선생님의 태도에 대체로 불만이 없는 듯하다.
지금은 체벌을 금지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생님들은 훈육이나 교육을 위해서라면 학생들을 체벌하는 일이 허용됐다.
얀 스테인(1626~1679)의 ‘엄격한 선생님’은 학생들을 훈육 중인 엄격한 선생님을 그린 작품이다. 왼쪽에서 모자를 쓴 아이가 노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필기하고 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선생님은 왼손에 숟가락을 든 채 손가락으로 노트에 쓴 글을 읽고 있는 아이를 지도하고 있다.
모자를 쓴 아이가 노트에 필기하는 모습은 선생님의 지도가 끝나 혼자 글쓰기 연습을 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책상 앞에 앉아서 눈에 손을 대고 있는 아이는 선생님께 야간을 맞아 눈물을 훔치고 있다. 선생님이 왼손에 들고 있는 갈색의 커다란 도구는 숟가락처럼 보이지만 아이들 손바닥을 때리는 체벌 도구다. 아이가 글을 읽지 못해 손바닥을 맞았음을 암시한다. 이 아이가 왜 눈물을 훔치고 있는지 알게 해준다.
뒤에 있는 여자아이가 노트를 들고 근심 어린 표정으로 울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다음 차례가 바로 이 여자아이임을 알 수 있다. 금방 울 것 같은 그의 표정은 자신감이 없는 상태임을 설명해준다. 그 뒤에서 한 소년이 웃고 있다. 선생님에게 혼이 날까봐 떨고 있는 여자아이를 놀리는 중이다. 이 소년이 손가락으로 집고 있는 노트엔 필기가 빼곡하다. 여자아이와 달리 공부에 대한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는 듯하다.
선생님 뒤로 검은색 커튼이 길게 쳐져 있다. 그 뒤로 또 고개를 숙인 채 의자에 앉아 있는 한 여학생의 모습이 보인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커튼은 선생님의 자리와 학생들의 자리를 구분한다.
오른편 벽감에 놓여 있는 붉은색 도자기 병은 술병이다. 선생님이 ‘술꾼’임을 암시한다. 술병은 엄격한 선생님의 이중적인 생활을 풍자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림 상단부에는 책을 놓는 선반이 나온다. 이를 통해 이 작품의 배경이 17세기 일반적인 학급 풍경임을 유추해볼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 17세기는 아이들의 양육과 훈육에 관심이 많던 시기였다. 선생님이 학생의 손바닥을 때리는 일 정도는 체벌 축에도 끼지 못했다.
학생들의 인권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강력한 체벌이 능사일 수는 없다. 무관심으로 일관하라는 뜻은 아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자율적인 규칙과 선생님의 정당한 통제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공교육이 곧 나라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박희숙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