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경남 통영 서호시장 대장간-골목 안쪽, 시간이 멈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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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61)경남 통영 서호시장 대장간-골목 안쪽, 시간이 멈춘 공간

경남 통영에 가면 늘 들르는 곳이 서호시장이다. 살아 있는 통영의 단면을 가장 잘 보여주기도 하고, 단골 시락국(시래깃국) 가게가 있어 매번 그곳으로 향한다. 막차를 타고 내려가 새벽 3시에 도착해도 제일 먼저 이 시장을 찾는다. 그 시간에도 시장은 이미 살아 움직이고 있다. 할머니가 귀퉁이에 앉아 생선을 다듬고, 할아버지는 소쿠리 가득히 담은 홍합을 손질한다. 할머니에게 학꽁치회를 부탁하면 두세 명이 너끈하게 먹을 양을 담아준다. 단돈 1만원. 그걸 들고 시락국을 먹으러 간다. 여행의 시작부터 마음이 뜨끈하게 달궈지는 기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통영의 시간.

이번에도 서호시장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 숱하게 지나다녔던 시장 안쪽 골목에서 그간 보지 못했던 가게를 발견했다.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오래전에 사라졌을 법한 풍경. 쇳가루가 수북하고 오랫동안 사방에 쌓아둔 금속자재가 한 몸이 돼버린 노포다. 간판도 없다.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사장님은 좀처럼 말이 없었다.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묵묵부답이다. 한참 후에 입을 뗐다. “그러세요.” 고개도 들지 않고 하던 일을 이어가면서 그는 말했다. 평생 공간을 지켜온, 이 일을 해온 사람. 그의 말은 무거웠다. 그 무게에 시간마저 멈춰 선 것만 같은, 옛 대장간이 거기 남아 있었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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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오늘을 생각한다
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관료 출신으로 경제와 통상의 요직을 두루 거쳐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고,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다 21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사퇴해 공직에서 물러난 자연인 한덕수씨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묻는다. 2007년 첫 총리 지명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한 ‘2002~2003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재직 시절 외환은행 매각 사태(론스타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첫 총리직과 주미대사를 역임하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12년부터 3년간 무역협회장으로 재직하며 받은 급여 19억5000만원과 퇴직금 4억원, 2017년부터 5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18억원, 2021년 3월부터 1년간 에스오일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8000만원 등 퇴직 전관 자격으로 총합 42억3000만원의 재산을 불린 일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이처럼 전관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다 다시 윤석열 정부의 총리 제안을 수락해 공직으로 복귀한 것 역시 관료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문제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